유대인은 자녀를 베스트가 아닌 유니크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한다. 베스트는 집단에서 한두 사람만 있지만 유니크는 모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유대인의 창의성을 키운다. 유대인들이 방랑기 천막생활을 기념하기 위한 가을수확축제 ‘속콧’을 즐기고 있다.
유대인은 자녀를 베스트가 아닌 유니크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한다. 베스트는 집단에서 한두 사람만 있지만 유니크는 모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유대인의 창의성을 키운다. 유대인들이 방랑기 천막생활을 기념하기 위한 가을수확축제 ‘속콧’을 즐기고 있다.
유대인 기업가의 성공 사례는 무수히 많다. 월스트리트를 위시한 세계 금융산업이 그들의 손아귀에 있고 정보기술(IT)산업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오라클 등 선두기업 창업가는 유대인이다. 영화산업은 아예 유대인에 의해 태동했으며 할리우드 제작자 대부분이 유대인이다. 유통산업, 특히 백화점을 키워온 주도세력도 유대인이며 관광산업 또한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 기타 언론산업, 의료산업, 법률산업, 컨설팅산업, 패션산업, 보석산업, 미용산업 등 한마디로 서비스산업 대부분을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이런 파워는 어디서부터 유래되는 것인가가 궁금해 연구했다. 그 결과물이 《유대인 경제사》 10권이다. 아브라함 시대부터 지금의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유대인의 역사를 경제사적 관점에서 조망했다. 책을 쓰면서 필자가 느꼈던 유대인 기업가 정신을 6회에 걸쳐 요약한다.

베스트보다 유니크를 강조

유대인 기업가 정신을 논함에 있어 그들의 종교 유대교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생각이나 사상 대부분이 유대교 신앙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은 모든 것을 만드시고 마지막에 ‘하느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 이때 ‘하느님의 형상대로’란 인간의 외모가 아닌 내면이라고 유대인들은 믿고 있다. 따라서 유대교는 인간 내면에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가르친다.

성경에 하느님이 흙으로 인간을 빚은 뒤 코에 생기를 불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유대인은 이 생기가 바로 하느님의 영혼이라고 믿는다. 곧 사람을 만들 때 하느님은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었고, 그 영혼이 인간 몸에서 살다 죽으면 다시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교는 사후 천국과 지옥 개념이 없는 현세종교다. 이 같은 유대인의 사고에 따르면 결국 실존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 안에 깃든 하느님의 영혼이다.

그런데 이때 하느님은 그 영혼이 세상에서 합당하고 거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영혼에 맞는 탤런트도 같이 주셨다고 한다. 이를 철석같이 믿는 게 유대인이다. 그래서 유대인 자녀 교육의 핵심은 아이가 탤런트를 13세 성인식 이전에 찾을 수 있도록 부모가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다. 그 방법은 대화와 독서다. 부모가 밥상머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화하고, 취침 전 베갯머리에서 15분 이상 책을 읽어줘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부모와 대화와 독서를 한 아이는 네 살이 되면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일반 아이들이 800~900단어를 알 때 유대인 아이들은 1500단어를 인지한다. 이후 차이는 더 벌어진다.

유대인에게 거룩하게 산다는 것은 하느님을 표현하는 생활을 뜻한다. 또 고귀하게 산다는 뜻보다는 남들, 곧 대중과 다르게 사는 걸 의미한다. 하느님이 주신 자기만의 독특한 탤런트를 찾아내 유니크하게 사는 것이다. 따라서 유대인 자녀 교육의 목표는 아이가 베스트가 아닌 유니크한 존재가 되는 걸 도와주는 데 있다. 한 학년에서 베스트는 한 명밖에 없지만 유니크한 존재는 모든 학생이 될 수 있다. 이런 사고가 유대인 창의성의 기반이다.

탤런트를 개발하지 않으면 죄

홍익희 배재대 교수
홍익희 배재대 교수
기독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하느님이 금한 선악과를 따 먹은 것을 ‘원죄’라 한다. 이 죄가 자손 대대로 전해 내려온다는 사상이 ‘원죄사상’이다.

반면 유대교에는 아담과 이브의 불순종 죄는 인정하지만 그 죄가 후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다는 원죄사상은 없다. 그들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유대인에게 죄란 과거에 있지 않고 현재에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에 하느님이 인간에 거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유대교에서 죄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합당한 삶을 살지 않는 것이다. 주어진 가능성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으름’과 ‘무능력’이 죄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믿지 않고, 하느님이 주신 자기 안의 탤런트를 찾아 키우지 않고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것이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이다. 따라서 유대인에게 신앙이란 자신에게 내재된 하느님의 형상과 탤런트를 찾아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이다. 홍익희 배재대 교수

○필자소개

KOTRA에서 근무한 32년 중 18년을 뉴욕, 마드리드, 밀라노 등 해외 주재원으로 지내며 성공한 유대인들을 눈여겨봤다. 유대인들의 경제사적 궤적을 추적한 《유대인 이야기》와 《세 종교 이야기》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 등을 펴냈다. 최근에는《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이야기》를 출간했다.

홍익희 < 배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