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동상이몽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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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내홍 격화되는 정치권…시급한 경제과제 앞두고 지리멸렬
미래 성장동력·경쟁력 다지기 위해 실종된 정치 복원할 리더십 찾아야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joonh@snu.ac.kr >
미래 성장동력·경쟁력 다지기 위해 실종된 정치 복원할 리더십 찾아야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joonh@snu.ac.kr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잦아드나 싶더니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배신의 정치’란 화두가 정국을 몰아쳤다. 13일간의 무지근한 교착 끝에 결국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했지만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의 변에서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 했다. 헌법 제1조 제1항에 아로새겨진 민주공화국이라는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법과 원칙, 정의를 내세우며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외쳤다. 무엇보다도 ‘군주제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여당 원내대표로서 그가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수호하고 저항하려 했는지를 선명히 보여줬다. 이로써 지배블록 내부로부터 살아 있는 권력과 미래권력을 추구하는 세력 간 동상이몽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동상이몽은 2015년 한국 정치의 상징어가 됐다. 싫지 않은 표정으로 사태를 지켜보는 야당이라고 해서 사정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친노와 비노, 계파 갈등이 이미 고질화된 지 오래여서 ‘근본 처방’을 표방한 ‘김상곤 혁신위’가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공천과 당권 등을 두고 동상이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상이몽의 정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지 모른다. 사회가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개혁보수와 온건진보가 중간지대에서 만나거나 기존의 보수나 진보가 각기 양극단의 진영으로 재편되는 식으로 정치 지형의 격변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기성 정당들은 이해타산에 바쁘겠지만 (사실상) 양당제로 선택이 제약되는 데 대해 불만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고 정치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 또한 고조되고 있다. 물론 다당제 구조는 현행 대통령제와는 잘 맞지 않고 또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을 향한 동상이몽으로 국정이 난맥상을 보이며 지리멸렬해도 난국을 타개해 나갈 유능한 리더십이 나타나지 않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홍콩독감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시시각각 남북 관계, 한·일 관계 등 동북아 정세의 격랑이 거세지고 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두된 ‘관피아(관료+마피아)’ 철폐, 국민안전 인프라 개혁 등 국가 혁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감염병 대응체계의 혁신이 당면과제로 추가됐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대한 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당장 메르스발 경제 침체의 극복과 그렉시트 등 유럽연합(EU)발 경제 위기에 대한 대처 등 시간을 다투는 현안들이 긴급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개혁 역시 시급한 과제들이다. 장기적으로는 통일을 준비해야 하고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출산율 저하와 초고령화에 따른 인구 충격에 대비하는 등 벅찬 과제들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위험을 생각하면 동상이몽 정치로 우왕좌왕할 겨를이 없다. 진정한, 효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카리스마나 일사불란한 지도력, 쾌도난마의 역량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작동하는 리더십’은 필요하다. 동상이몽의 정치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이미 드러난 대로 그 다른 꿈들의 실재를 정면에서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 지형의 재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꿈과 생각,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들을 대화와 타협의 테이블로 이끌어 합의를 형성해 나가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많은 이들이 우려해 마지 않았던 실종된 정치를 복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또다시 광야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근심이 깊어만 간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joonh@snu.ac.kr >
유 원내대표는 사퇴의 변에서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 했다. 헌법 제1조 제1항에 아로새겨진 민주공화국이라는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법과 원칙, 정의를 내세우며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외쳤다. 무엇보다도 ‘군주제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여당 원내대표로서 그가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수호하고 저항하려 했는지를 선명히 보여줬다. 이로써 지배블록 내부로부터 살아 있는 권력과 미래권력을 추구하는 세력 간 동상이몽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동상이몽은 2015년 한국 정치의 상징어가 됐다. 싫지 않은 표정으로 사태를 지켜보는 야당이라고 해서 사정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친노와 비노, 계파 갈등이 이미 고질화된 지 오래여서 ‘근본 처방’을 표방한 ‘김상곤 혁신위’가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공천과 당권 등을 두고 동상이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상이몽의 정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지 모른다. 사회가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개혁보수와 온건진보가 중간지대에서 만나거나 기존의 보수나 진보가 각기 양극단의 진영으로 재편되는 식으로 정치 지형의 격변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기성 정당들은 이해타산에 바쁘겠지만 (사실상) 양당제로 선택이 제약되는 데 대해 불만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고 정치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 또한 고조되고 있다. 물론 다당제 구조는 현행 대통령제와는 잘 맞지 않고 또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을 향한 동상이몽으로 국정이 난맥상을 보이며 지리멸렬해도 난국을 타개해 나갈 유능한 리더십이 나타나지 않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홍콩독감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시시각각 남북 관계, 한·일 관계 등 동북아 정세의 격랑이 거세지고 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두된 ‘관피아(관료+마피아)’ 철폐, 국민안전 인프라 개혁 등 국가 혁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감염병 대응체계의 혁신이 당면과제로 추가됐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대한 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당장 메르스발 경제 침체의 극복과 그렉시트 등 유럽연합(EU)발 경제 위기에 대한 대처 등 시간을 다투는 현안들이 긴급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개혁 역시 시급한 과제들이다. 장기적으로는 통일을 준비해야 하고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출산율 저하와 초고령화에 따른 인구 충격에 대비하는 등 벅찬 과제들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위험을 생각하면 동상이몽 정치로 우왕좌왕할 겨를이 없다. 진정한, 효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카리스마나 일사불란한 지도력, 쾌도난마의 역량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작동하는 리더십’은 필요하다. 동상이몽의 정치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이미 드러난 대로 그 다른 꿈들의 실재를 정면에서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 지형의 재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꿈과 생각,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들을 대화와 타협의 테이블로 이끌어 합의를 형성해 나가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많은 이들이 우려해 마지 않았던 실종된 정치를 복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또다시 광야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근심이 깊어만 간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joonh@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