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외국인투자 엇박자들
내수 위축, 수출 부진에 이어 외국인직접투자(FDI)마저 심상치 않다. 상반기 FDI가 전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고 기준으로는 14.2% 감소한 88억7000만달러, 도착 기준으로는 19.8% 떨어진 6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을 제외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대부분 지역에서 FDI가 감소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하반기에는 FDI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슨 근거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적극적 투자 유치에 나서 올해 사상 최초로 200억달러(신고 기준)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의욕만으로 될 일인가. 게다가 요즘 돌아가는 국내 분위기로 보면 더욱 그렇다. 한쪽에서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말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 시그널을 쏟아내는 탓이다.

지금 부정적 시그널 보낼 땐가

당장 정부 내에서부터 그렇다. 기획재정부 용역으로 조세재정연구원이 감면 기간 단축, 감면 배제대상 강화 등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혜택을 축소하는 조세지원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내·외국인 간 차별을 완화한다는 취지라지만 이는 그동안 차별적 혜택을 통해서라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 했던 정부 정책의 방향 선회를 의미한다.

연구원은 그 근거로 실증분석 결과, 세(稅) 부담 변수가 외국인의 투자 규모에 유의적 영향을 주지 못한 점을 들었다. 그러나 그 전에 나온 수많은 국내외 실증분석들이 말해주듯이 세 부담 완화가 외국인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건 설문조사 결과다. 조세감면이 외국인 투자 유치의 결정적 요인은 아닐지 몰라도 여전히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조세감면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을 테고, 그렇지 않고 다른 모든 조건이 형편없다면 아무리 조세감면을 해 줘도 실효성이 떨어질 건 자명한 이치다.

경제자유구역이 바로 그 대표적 사례 아닌가. 말이 자유구역이지 규제는 그대로인데다 별로 당기지도 않는 지역들을 잔뜩 지정해 들어가라고 강요하는 판국이니 조세감면인들 무슨 효과가 있겠나. 이건 조세감면 잘못이 아니다. 연평균 906억원 정도인 공제감면 순혜택을 아끼려다 외국인 투자기업들로부터 불신만 사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까지?

국회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했다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자 제한 사유에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추가하고,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심사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국회가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공격이 그렇게 걱정되면 선진국처럼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허용해 기업 스스로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그런데 이건 외국인 투자 자체를 국가가 막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몇 년 전 포스코가 아르셀로미탈에 먹힐지 모른다며 안보 등을 이유로 외국인 투자에 퇴짜를 놓을 수 있는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과 같은 법을 제정하자고 떠들던 때와 똑 닮았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지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가 미국과 같은 처지인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