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35석으로 '큰소리'…일본 공명당이 살아가는 법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과 공명당의 연합은 1999년 이후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공명당의 중의원 의석수는 35석. 자민당(291석)의 10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연립여당 내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사진 오른쪽)가 지난 7일 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왼쪽)를 만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공명당과도 상의해 가고 싶다”고 한 것도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공명당의 위상을 보여준다. 공명당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촉구하고 있다.

의석 35석으로 '큰소리'…일본 공명당이 살아가는 법
공명당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기반으로 한 정당으로서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아베 총리가 추진 중인 평화헌법과 안보법제 개정 등을 위해선 공명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명당은 1964년 설립된 중도 우파정당이다. 불교 계열 종교단체인 창가학회가 세운 ‘공명정치연맹’이 모태다. 창가학회의 모태인 니치렌정종(日蓮正宗)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따르면서 나무묘호렌게쿄(南無妙法蓮華經)라고 염불하기 때문에 한국에선 발음이 비슷한 ‘남묘호랭교’로 불리기도 한다.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에 따라 1970년 이후 운영을 분리하고 종교색을 자제하고 있지만 공명당이 창가학회의 절대적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 창가학회 신도는 일본에서만 820만가구, 유권자는 최소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창가학회 표가 공산당 지지표 이상으로 강한 결집력을 보이면서 공명당은 창당 후 중의원에서 평균 7% 안팎의 의석수를 유지하고 있다.

공명당은 1979년 민주사회당과 손잡은 후 상대는 바뀌었지만 36년간 다른 당과의 연계 노선을 걸었다. 1980년에는 사회당과 ‘연합정권구상’에 합의했고, 1992년 참의원 선거 때는 일부 선거구에서 자민당과 처음으로 선거 공조에 나섰다. 1993년 ‘비(非)자민·비(非)공산 7당1회파’로 구성된 호소카와 모리히로 연립내각이 수립되면서 창당 후 첫 집권 여당이 돼 네 명의 장관을 입각시키기도 했다. 1999년 자민당과 자유당 연립내각에 들어가 ‘자·자·공(自自公) 연정’을 구성한 뒤 16년째 자민당과 연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291석)과 공명당(35석)은 전체 475석 중 326석을 차지했다. 여당 단독 개헌이 가능하고, 중의원을 통과한 뒤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을 중의원에서 재의결해 통과시킬 수 있는 전체 의석수(전체 3분의 2)를 확보했다. 아베 총리가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 관련 안보법제도 참의원에서 60일 내 처리되지 않으면 중의원에서 재의결할 수 있다.

공명당은 기본적으로 인간·인류의 행복 추구라는 목표 아래 ‘평화의 당’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과는 안 맞는다. 공명당이 연립 유지나 실리찾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에선 공명당이 연립여당을 떠나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자민당과 손잡을 경우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하고 주변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