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사이트에 사진 올려놓고 구매자 나서면 훔치기까지…
광명署, 경찰 스티커 붙이자 상반기 절도 55% 감소
"등록제 전국으로 확대를"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자전거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자전거 보급대수가 1200만대(경찰 추산)를 넘기면서 관련 범죄도 늘고 있는 것이다. 일선 경찰은 절도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자전거마다 QR코드를 부착하는 등 범죄예방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전문화되는 자전거 절도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만2358건의 자전거 절도가 발생해 전년(1만5773건)보다 42% 늘었다. 자전거 절도는 특히 자전거 이용객이 많은 여름철에 잦다. 1월 972건이던 자전거 절도 건수가 6월엔 2467건까지 늘었다.
대부분의 자전거 절도는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른다. 김성곤 광명서 생활안전계장은 “특별한 죄의식 없이 자전거를 훔쳐 며칠 타고 다니다 아무 곳에나 버리는 학생이 많다”며 “검거된 자전거 절도 피의자의 80%가량이 10대 청소년”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고가 자전거 사용자가 늘면서 자전거 절도 범죄도 지능화되고 있다. 5월 경기 성남시 수정경찰서가 자전거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한 박모씨(28)가 대표적이다.
박씨는 서울·경기지역 주택가를 돌며 주인들이 세워둔 자전거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렸다.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해당 자전거를 훔쳐 파는 ‘주문자 절도방식’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박씨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50만~250만원의 자전거 120대를 훔쳐 1억원 상당의 불법수익을 올렸다.
같은달 충북 청주시 상당경찰서는 자전거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4)를 상습절도 혐의로 검거했다. 그는 남의 눈을 피해 주로 저녁시간대에 CCTV가 없는 이면도로에 주차해 둔 자전거들을 훔쳤다. 부품 조립에는 자신있었던 이씨는 훔친 자전거들을 해체해 다시 새로운 자전거로 개조한 뒤 자신의 점포 상표를 붙여 되팔았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자전거를 찾기 위해 상당서 내에 진열된 자전거들을 부품별로 조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전거 등록제 실시로 대응
일선 경찰서는 자전거 절도 관련 수사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경찰청은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의 절도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올 2월부터 현재까지 전국 87개 경찰서에 ‘생활범죄수사팀’을 신설했다. 하지만 자전거 절도범죄 검거율은 올 상반기 22.1%로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전거는 보통 인적이 없는 한적한 곳에 놓아두는 데다 분실 이후에도 자신의 물건임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현행범이 아닌 이상 주변 CCTV나 탐문 수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지방경찰청은 안양 동안서, 과천서 등 11개 경찰서에서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자전거와 소유자 정보를 경찰 내부 전산망에 등록해 절도 자전거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기지방청 관계자는 “등록된 자전거에는 경찰서 명의의 스티커를 붙여놓기 때문에 절도범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9월부터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광명서에서는 올 상반기 자전거 절도가 25건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55% 줄었다. 경기도 내에 등록된 자전거는 3만2600여대에 이른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4월부터 자전거에 부착하는 스티커에 QR코드를 넣었다. 곽창용 수서서 생활안전과장은 “도난당한 자전거의 QR코드만으로 해당 자전거와 소유자의 정보를 수서서 경찰들이 공유할 수 있어 쉽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지역 경찰서는 자전거 등록제 시행 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한 데다 다른 절도사건 처리에도 바빠 자전거 절도에 신경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