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조합원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 공헌 체험 수준
기발 아이디어 많지만 구체성 결여…'맞춤형 교육' 필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3년가량 되면서 대학가에 협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가 협동조합의 주된 목적은 조합원의 권익을 높이고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성공 가능성을 예고하는 협동조합도 눈에 띈다.

그러나 아직 시행 초기 단계라 대부분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진 탓에 체계적인 지원 마련이 시급하다.

협동조합은 경제위기, 양극화, 취업난 등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상생과 풀뿌리경제의 대안으로도 관심을 끈다.

주식회사와 비교해 소액으로 창업해 일자리를 만들고 장기 생존율을 높여 고용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독특하고, 가치 있는 기업 모델로, 빈곤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15곳이 협동조합일 정도로 안착한 상태다.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소속된 FC 바르셀로나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 책에서부터 치킨까지…다양한 아이디어 모인 협동조합
경희대에서는 국내 대학에서 처음으로 학생과 교수 30여명이 모여 '에너지협동조합' 출범을 준비한다.

이 조합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여 절감한 에너지 비용으로 학교 인근의 회기동 지역에 이바지하는 '회기동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개별적으로 에너지를 쓰지 않고 조합과 제휴한 카페나 식당에 모여 할인 금액으로 함께 에너지를 소비한다.

절약된 에너지 비용을 회기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고려대에서는 지난달 도서협동조합 '인북스'가 활동을 시작했다.

인북스는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고 도서를 70∼80% 할인된 가격에 공급받아 학생들에게 판매한다.

수익금을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황재림씨와 이 대학 사회과학대생 20여명은 '관악치킨협동조합'이라는 이색 협동조합을 추진한다.

이들은 투자자 1천명을 모아 10만원씩 자본금 1억원을 확보해 관악구에서 가맹점비나 브랜드 로열티 없는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계획이다.

◇ 학교 활동이 협동조합으로 연결
학과 수업이나 학내 권익 옹호 활동이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상명대 외식영양학과 이승우 교수와 학생들의 주도로 만든 '안다미로협동조합'은 3월부터 교내에 카페와 식당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여기에서 요리는 물론 재고관리, 세무 등 매장 운영 실습을 한다.

수익금은 학생 장학금으로 사용한다.

1학기 만에 수익이 발생해 다음 학기부터는 매장을 한 군데 더 만들 예정이다.

명지전문대 청소년복지과 2학년 최인헌씨가 만든 '협동조합 드림아토'는 5월부터 레크리에이션 강사 파견 및 진로 콘텐츠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씨는 "일반 기업은 정해진 급여를 받지만 협동조합 구성원들은 각자 맡은 사업을 진행하고서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 보람이 더 크다"며 "재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강사로서 현장 실습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는 공부하는 부모들의 협동조합인 '맘인스누'가 창설되기도 했다.

이들은 꾸준한 활동을 통해 도서관에 영유아를 데리고 출입할 수 있고 임신한 학생은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하는 성과를 끌어냈다.

성공회대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주축이 돼 만든 '협동조합을 위한 협동조합'인 쿠피(COOPY)협동조합의 활동이 왕성하다.

이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연구와 자문, 교육 활동을 통해 다른 협동조합이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 갈 길 먼 대학가 협동조합…"아래로부터의 교육 필요"
대학가의 다양한 협동조합은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로 설립이 한결 쉬워졌기 때문이다.

3억원 이상이던 출자금 제한이 사라지고 200명 이상 필요하던 발기인도 5명으로 줄어들어 자연스레 대학가에도 협동조합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4일 '2015년 협동조합의 날'을 맞아 열린 '협동조합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응모한 37개 팀 중 대학생 팀은 12개 팀이었으나 7개 수상팀 중 대학생 팀은 한 곳도 없었다.

경진대회를 주관한 사단법인 '신나는조합' 정용기 주임은 "상금이 창업자금이어서 실제 창업 가능성을 기준으로 심사를 했다"며 "대학생 팀은 아이디어는 좋아도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협동조합 설립을 도와주는 교육사업 자체를 찾기 어렵다.

대학가에서 설립된 협동조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설립지원팀 정상철 과장은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설립에 도움을 주는 교육 사업은 지금으로선 없다"며 "기획재정부가 진행하는 실태조사 결과가 11월에 나오면 그에 맞는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김용진 수석연구원은 "조합 설립 신고를 할 때 담당 공무원의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애로사항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이제 막 태어난 단계나 다름없는 한국의 협동조합이 대학가에서 활성화되려면 아래로부터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