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서 못찾은 유치권은 십중팔구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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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에게 듣는다 / 권형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주택관리 업체 운영'내 일'처럼
회계부정·업체선정 비리·횡령 등 잦아
주민들 무관심으로 관리비 더 낼 수도
'지뢰밭'피해야하는 배당이의
일주일內 소송 제기 안하면 효력 상실
한번이라도 출석 안하면 訴취하 간주
주택관리 업체 운영'내 일'처럼
회계부정·업체선정 비리·횡령 등 잦아
주민들 무관심으로 관리비 더 낼 수도
'지뢰밭'피해야하는 배당이의
일주일內 소송 제기 안하면 효력 상실
한번이라도 출석 안하면 訴취하 간주
권형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가 공동주택 관리 문제를 접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 특강을 들었던 사람이 찾아와 상담을 하면서부터다. “아파트 동대표를 맡고 있던 분이었습니다. 난장판이 된 본인 동네 얘기를 자세히 털어놨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법률 문제가 엄청나게 많은 겁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아는 변호사는 드물고 개척해볼 만한 분야라고 판단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거주하던 서울 옥수동 A아파트의 동대표를 직접 맡았다. 실상을 몸소 파악해보겠다는 목적에서였다. 동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으로 관리업체 선정에 관여한다. 권 변호사는 A아파트 관리주체인 W사를 우선 조사했다. 그러자 W사의 김모 대표가 권 변호사에게 접견 요청을 했다. 당시 W사 김 대표는 한국주택관리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주택관리 분쟁에 대한 법률자문, 소송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아파트 1개 단지에는 하나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있습니다. 한 단지는 보통 수백 가구고 많게는 5000가구가 넘는 곳도 있습니다. 상주 인원이 많게는 수만 명에 이릅니다. 얼마나 많은 계약관계와 이권이 있겠습니까. 회사 경영권을 두고 싸우는 것과 똑같아요.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 집합건물관리단은 갈등이 더 심합니다.”
권 변호사는 성남시 김포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입주자대표회의 교육을 많이 했다. 30여개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집합건물관리단 자문도 맡고 있다. 최신 판례와 동향을 의뢰인들에게 ‘뉴스레터’ 형식으로 보내는 일에도 열심이다.
소위 ‘김부선법’을 통해 주택관리 비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계 부정, 업체 선정 비리, 횡령 등 주택관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는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바로 ‘내 일’이라 생각하고 관리업체 운영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법인 겸인에 있을 때 펴낸 ‘입주자대표회의 분쟁사례’에 이어 최근 ‘(집합건물)관리단 분쟁사례’라는 책을 내놨다. 로고스 전에는 법무법인 소명과 겸인에서 일했다. 겸인은 지난해 로고스에 합병돼 현재 서초동 로고스 분사무소로 바뀌었다. 개인 사무실을 쓰지 않고 하나의 사무실에서 어우러져 일하는 문화는 겸인 시절과 마찬가지다. “독립적 운영을 조건으로 피합병에 응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의 또 다른 주력 분야는 부동산 경매 집행이다. 그의 강의는 지지옥션 등에서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콕 집어 설명하는 강의 스타일 덕분이다. “경매에서 중요한 게 유치권 여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유치권에서 중요한 게 현황조사입니다. 경매 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에서 현황조사, 감정평가, 배당신고 접수를 합니다. 현황조사에서 유치권이 발견되지 않으면 해당 유치권은 깨질 확률이 90%가 넘어요. 이런 건 누가 잘 안 가르쳐줍니다.”
권 변호사는 과거 경매에 직접 참여했으나 요즘은 하지 않고 있다. ‘쉽게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배당이의(配當異義)’도 그가 관심을 두는 분야다. “법률이 정교하고 세밀해 하나만 소홀히 해도 큰코다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분야”라고 그는 설명했다. 예를 들면 1억원짜리 부동산(갑 소유)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부동산에는 4명의 채권자(A, B, C, D)가 있어 배당이 시작됐다. A는 1순위 일반채권자로 2500만원을 배당받았고, B는 근저당권자로 7500만원을 챙겼다. C, D는 한 푼도 못 받았다. 그런데 D가 ‘부당하다’며 배당이의를 제기했다. 갑이 B에게만 근저당을 설정해준 게 ‘사해행위’(다른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B에게 돌아가는 7500만원은 공탁된다. 중요한 것은 배당이의 의사표시를 한 뒤 1주일 안에 꼭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당이의 효력은 상실되며 공탁금은 그대로 B몫이 된다.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뒤 법리적으로 싸우는 건 이후 문제다.
“보통은 (소송) 기일에 두 번 불출석하면 소취하로 간주하지만 배당이의 소송은 한 번만 불출석해도 소취하로 간주합니다. 곳곳이 ‘지뢰밭’이라 재미있으면서도 조심해야 해요.” 권 변호사는 다음달 그동안의 경매 집행 관련 소송 경험 등을 담은 책 ‘사해행위 취소와 배당이의’(가칭)를 펴낼 예정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권 변호사는 거주하던 서울 옥수동 A아파트의 동대표를 직접 맡았다. 실상을 몸소 파악해보겠다는 목적에서였다. 동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으로 관리업체 선정에 관여한다. 권 변호사는 A아파트 관리주체인 W사를 우선 조사했다. 그러자 W사의 김모 대표가 권 변호사에게 접견 요청을 했다. 당시 W사 김 대표는 한국주택관리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주택관리 분쟁에 대한 법률자문, 소송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아파트 1개 단지에는 하나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있습니다. 한 단지는 보통 수백 가구고 많게는 5000가구가 넘는 곳도 있습니다. 상주 인원이 많게는 수만 명에 이릅니다. 얼마나 많은 계약관계와 이권이 있겠습니까. 회사 경영권을 두고 싸우는 것과 똑같아요.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 집합건물관리단은 갈등이 더 심합니다.”
권 변호사는 성남시 김포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입주자대표회의 교육을 많이 했다. 30여개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집합건물관리단 자문도 맡고 있다. 최신 판례와 동향을 의뢰인들에게 ‘뉴스레터’ 형식으로 보내는 일에도 열심이다.
소위 ‘김부선법’을 통해 주택관리 비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계 부정, 업체 선정 비리, 횡령 등 주택관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는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바로 ‘내 일’이라 생각하고 관리업체 운영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법인 겸인에 있을 때 펴낸 ‘입주자대표회의 분쟁사례’에 이어 최근 ‘(집합건물)관리단 분쟁사례’라는 책을 내놨다. 로고스 전에는 법무법인 소명과 겸인에서 일했다. 겸인은 지난해 로고스에 합병돼 현재 서초동 로고스 분사무소로 바뀌었다. 개인 사무실을 쓰지 않고 하나의 사무실에서 어우러져 일하는 문화는 겸인 시절과 마찬가지다. “독립적 운영을 조건으로 피합병에 응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의 또 다른 주력 분야는 부동산 경매 집행이다. 그의 강의는 지지옥션 등에서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콕 집어 설명하는 강의 스타일 덕분이다. “경매에서 중요한 게 유치권 여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유치권에서 중요한 게 현황조사입니다. 경매 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에서 현황조사, 감정평가, 배당신고 접수를 합니다. 현황조사에서 유치권이 발견되지 않으면 해당 유치권은 깨질 확률이 90%가 넘어요. 이런 건 누가 잘 안 가르쳐줍니다.”
권 변호사는 과거 경매에 직접 참여했으나 요즘은 하지 않고 있다. ‘쉽게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배당이의(配當異義)’도 그가 관심을 두는 분야다. “법률이 정교하고 세밀해 하나만 소홀히 해도 큰코다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분야”라고 그는 설명했다. 예를 들면 1억원짜리 부동산(갑 소유)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부동산에는 4명의 채권자(A, B, C, D)가 있어 배당이 시작됐다. A는 1순위 일반채권자로 2500만원을 배당받았고, B는 근저당권자로 7500만원을 챙겼다. C, D는 한 푼도 못 받았다. 그런데 D가 ‘부당하다’며 배당이의를 제기했다. 갑이 B에게만 근저당을 설정해준 게 ‘사해행위’(다른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B에게 돌아가는 7500만원은 공탁된다. 중요한 것은 배당이의 의사표시를 한 뒤 1주일 안에 꼭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당이의 효력은 상실되며 공탁금은 그대로 B몫이 된다.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뒤 법리적으로 싸우는 건 이후 문제다.
“보통은 (소송) 기일에 두 번 불출석하면 소취하로 간주하지만 배당이의 소송은 한 번만 불출석해도 소취하로 간주합니다. 곳곳이 ‘지뢰밭’이라 재미있으면서도 조심해야 해요.” 권 변호사는 다음달 그동안의 경매 집행 관련 소송 경험 등을 담은 책 ‘사해행위 취소와 배당이의’(가칭)를 펴낼 예정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