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저소득가정에 쌀을 지원해 온 부산 서구 ‘사랑의 띠잇기 후원회’ 김허남 이사장(95·사진)이 30억원 상당의 땅 4939㎡를 기부했다.

1920년 함경북도 명천에서 태어난 김 이사장은 대학 시절 백범 김구 선생의 학생 비서로 생활했다.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온 후 한양공고 교사로 일했다. 전쟁 때문에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야학을 하면서 월급을 털어 아이들을 먹였다.

김 이사장은 결식아동에 대한 애정을 실천에 옮겼다. 1954년 학교법인 백민학원을 설립한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미군 원조로 결식아동 급식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후 1991년까지 매년 학생 2~3명에게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했다. 또 제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엔 부산에서 2000년부터 매달 쌀 10㎏짜리 100부대를 제공했다. 그는 14년간 1만6800가구에 총 42억원 상당인 16만8800㎏의 쌀을 나눠줬다.

김 이사장은 안정적인 결식예방사업을 위해 2006년 ‘사랑의 띠잇기’ 봉사단을 결성해 결식예방사업 외에도 사랑의 김장, 연탄 나누기, 교복 및 보청기 등의 무료지원,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는 “6·25전쟁 때 부산 서구로 내려와 65년을 살았다”며 “서구 주민 모두가 더불어 잘살고, 한 끼라도 밥을 굶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게 마지막 바람”이라고 말했다.

부산 서구청에선 14일 김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땅의 기탁식을 연다. 서구청은 기탁한 땅을 매각해 얻을 연간 3800여만원의 이자 수익금으로 결식예방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