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인 파수꾼이 14일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세계 1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 열린책들에 따르면 파수꾼은 내용상 후속작이지만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진 작품이다. 하퍼 리는 1957년 파수꾼을 완성한 뒤 출판사를 찾았다. 담당 편집자는 소설에 나오는 인종주의와 관련한 내용이 인권운동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 시대상을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고 판단해 작품을 새로 쓸 것을 권했다. 작품 속 주인공이자 핀치의 딸인 진 루이즈의 어린 시절을 그린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다.
앵무새 죽이기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파수꾼 원고는 잊혀졌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원고가 발견돼 이 작품도 빛을 보게 됐다. 파수꾼은 정식 출간 전 원고 일부가 공개되면서 핀치가 인종주의자였다는 내용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어른이 돼 뉴욕에 살던 진 루이즈는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아버지가 젊은 시절 악명 높은 인종차별집단인 KKK의 회합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란다. 핀치는 딸에게 “흑인들에게 완전히 평등한 시민권이 주어지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 독자들 사이에선 “변해버린 영웅의 모습을 마주할 수 없다. 이 작품을 읽을 자신이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작품을 번역한 공진호 씨는 “핀치가 인종주의적 모습을 보였던 것은 맞지만 흑인을 변호하는 등 당시 사회상에 비춰보면 중도 진보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어린 소녀의 시점으로는 아버지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