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선순위 가등기 내막 뒤져보면 말소 가능한 '보물' 찾을 수도
작년 지인이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다세대 주택을 낙찰받았다. 감정가는 2억5000만원인데 세 번의 유찰을 거쳐 최저가가 1억2800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이 물건이 감정가의 반값까지 떨어진 이유는 선순위 가등기 때문이었다. 선순위 가등기가 있는 물건은 특수물건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낙찰자가 잔금을 낸 후 소유권을 취득해도 뒤늦게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해버리면 낙찰자는 속절없이 소유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Real Estate] 선순위 가등기 내막 뒤져보면 말소 가능한 '보물' 찾을 수도
선순위 가등기가 있어도 가등기권자가 배당요구를 하거나 채권계산서를 제출하면 낙찰과 동시에 말소되는 담보가등기이니 문제없다는 내용은 경매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물건은 가등기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소유권보전가등기로 강력히 추정되는 물건이었다. 특히나 가등기권자가 건설업계에서 나름대로 이름 있는 L건설이었기 때문에 다들 진정한 가등기로 추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인의 의뢰로 가등기가 설정된 내막을 철저히 조사해 본 결과 위 가등기는 소송을 통해 어렵지 않게 말소가 가능한 의미 없는 가등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은행 등 이해 관계자들이 말소가 가능한 담보 가등기라는 점을 증언해줘서다. 최저가보다 조금 더 높게 입찰가를 써내 낙찰을 받았다. 그날 2등으로 패찰의 고배를 마셨던 차순위권자는 예상대로 위 가등기가 의미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임차인이었다.

낙찰 직후 곧바로 L건설을 찾아가 가등기가 말소돼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했다. 하지만 L건설은 “우리도 억울하니 소송해서 판결을 받아보자”고 나왔다. 본의 아니게 가등기 말소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소송은 1심에 약 7~8개월 걸리는 업계의 평균을 한참 밑돌며 석 달 보름 만에 끝이 났다.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응소를 하는데도 소장 접수에서 판결까지 석 달 보름 정도밖에 안 걸린 판결은 필자도 난생처음 받았다. 그만큼 우리 쪽에서 철저히 준비를 했던 것이다. 판결 선고 후 억울함을 강력히 호소하던 상대는 기가 죽었는지 항소를 포기했고 판결은 확정돼 곧바로 가등기는 말소됐다.낙찰받고 잔금을 낸 지 석 달여 만에 선순위 가등기가 있는 무시무시한 물건이 일반물건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전액을 배당받는 임차인을 잘 설득해서 원만히 명도하고 곧바로 리노베이션해 전세 매물로 내놨다. 얼마되지 않아 2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1억4000여만원에 낙찰받아 2억원에 전세를 내놓았으니 이 물건의 수익률은 도대체 얼마인가. 부지런히 공부해 특수물건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