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15일 오후 3시45분

국내 보험사들이 미국 장기 회사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량 장기채가 국내보다 풍부하고 절대금리 수준도 높아져 상대적인 매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미국 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한·미 간 장기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고채급 신용’에 4.2% 수익

[마켓인사이트] 미국 회사채 '직구' 나선 보험사들
15일 미국 채권 전자거래서비스 업체인 KCG본드포인트에 따르면 ‘Aa2’의 우량 신용등급인 20년 만기 미 회사채 평균금리는 최근 연 4.2%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2035년까지 액면금액 1000달러당 연간 42달러의 이자를 매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 40달러(4.0%) 수준에서 2달러가량 더 늘어난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신용등급(Aa3)의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원화표시 국고채 20년물 금리는 연 2.7% 수준이다. 연초 2.8% 수준에서 더 떨어졌다. 장기간 환율이 변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미 회사채 투자가 수익률 관점에서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 경기 전망은 불투명한 반면 미국 경기는 개선세를 보이면서 20년 이상 장기채에서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이 심화하는 추세다.

10년물은 아직 한국 채권 금리가 미국보다 높다. 하지만 올초만 해도 한국이 0.5%포인트 높았으나 지금은 0.0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 생명보험사 자산운용역은 “일부 보험사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기 회사채 금리가 크게 오르지(가격이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과거 관심을 두지 않던 미국의 유명기업 채권을 매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화재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올 들어 미국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미 채권투자 매력이 커졌다”며 “현재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장기 회사채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회사채시장에서 월마트가 발행한 잔존만기 20년짜리 회사채는 최근 연 수익률 4.3% 수준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월마트 신용등급은 Aa2다. 애플과 IBM 등 다른 Aa급 기업이 발행한 장기 회사채도 연 4%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더 낮은 코카콜라(A3)나 골드만삭스(A3)는 연 4.7% 수준에 20년 만기 채권이 거래되고 있다.

○“환 위험은 일부 열어둬”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회사채에 투자할 때 환율변동 위험을 일부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채권은 환 위험을 완벽히 헤지(회피)할 방법이 없는 데다 적극적으로 헤지하면 기대수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초저금리를 먼저 경험한 대만 보험사의 경우 환 위험을 일부만 헤지하는 방식으로 해외자산 비중을 전체의 절반까지 확대했다”며 “해외 유가증권 비중이 5% 안팎인 국내 보험사들도 결국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