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분량 줄어 새 공소전략 마련해야 할 상황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혐의를 뒷받침하는 상당수 증거가 16일 대법원 판결에서 증거능력을 상실하면서 검찰은 공소유지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형편이 됐다.

대법원은 이날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심리전단을 동원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글을 온라인·모바일 공간에 퍼뜨린 혐의(선거법 위반)를 뒷받침하는 증거 일부가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능력을 못 갖췄다고 판단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한 것이다.

검찰로서는 유죄 입증을 위해 쥐고 있던 상당수 증거를 이번 판결로 내려놓아야 하는 실정이다.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불인정한 것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자신의 이메일에 보관하던 첨부파일인 '425지논'과 '씨큐리티'이다.

여기에는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인정된 트위터 게시글 등 16만 건이 담겨 있다.

이 16만 건은 항소심에서 추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 자료였다.

1심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트위터 글 등 11만 건이 증거로 받아들여졌는데, 여기에 새로 인정된 16만건을 더해 총 27만 건의 자료가 유죄 증거로 쓰였다.

27만 건 중에서 절반이 넘는 16만 건이 더이상 유죄 입증의 증거로 활용될 수 없게 된 셈이다.

11만 건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글을 쓴 것으로만 봤지, 선거에 개입한 글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판결문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소유지는 2013년에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구성원들이 맡고 있다.

대전고검에서 근무 중인 박형철 부장검사와 검사 3명이 공판을 책임지고 있다.

팀장이었던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는 원 전 원장의 사법처리 방향을 두고 검찰 내에서 갈등을 빚다가 원 전 원장의 1심 재판 기간에 팀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공소 유지 담당 검사들은 조만간 대검찰청에 공소유지 전략을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된 11만 건의 증거를 파기환송심에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입증 자료로 제시하고 유죄를 끌어내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증거의 분량이 줄었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항소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한다면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결론날 것이라고 검찰은 내다봤다.

반면 원 전 원장의 변호인 측은 "항소심에서 대전제로 삼았던 논리가 잘못됐다고 밝혀진 셈"이라며 "최소한 1심 판결보다 나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엇갈린 전망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