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것은 영국의 노동개혁은 철저히 정부 주도라는 사실이다. 야당의 반대나 노조의 실력 행사 등에는 관심도 없다. 영국을 위해 옳은 것이면 어떤 반대가 있어도 실행하겠다는 의지다. 당장 지난 9일 런던 지하철노조 총파업으로 13년 만에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이렇게 잦은 공공 파업에다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다국적 기업은 외국으로 본사를 옮기려 하고, 신규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캐머런 총리는 사지드 자비드 산업부 장관에게 전권을 주고 노동개혁을 맡겼다. 자비드 장관은 “제2기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 노동개혁”이라며 “겨우 10%가 찬성해 파업이 벌어지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가 앞장서고 주무장관이 목을 걸고 실행하는 대단한 결기요, 리더십이다. 노동계를 표로 생각한다면 절대로 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영국의 노동개혁이 돋보이는 것은 우리의 현실과 대비돼서다. 한국 노동개혁은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다. 처음부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노사정위원회에 맡겨 시간만 허비했다. 위원회는 가장 강경한 쪽이 이기게 돼 있는 구조다. 기득권 노조는 한국 노사문제의 핵심으로 노동개혁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다. 이들을 노동개혁의 파트너가 아니라 아예 ‘상전’으로 모셨으니 결론이 날 수가 없다.
지난 5월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조언은 정곡을 찔렀다. 그는 “독일도 노사정위원회 같은 기구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했었다”며 “노동개혁은 정부가 주축이 돼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파업을 사실상 틀어막은 영국 노동개혁은 대처리즘의 부활이라 평할 만하다. 영국인들의 의지와 지력이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