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식 경영 혁신…'열린 마사회' 변신 고삐 죈다 "가족형 말 테마파크 만들어 에버랜드와 경쟁"
한국마사회가 300억여원을 투자해 렛츠런파크서울(옛 과천경마공원)에 ‘말 테마파크’(조감도)를 조성한다. 지난 5월 고객과 창구 직원 사이의 장벽을 없애고 개방형 매표창구를 전면 도입한 데 이어 도박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겨내고 한 해 320만명이 찾는 렛츠런파크를 가족 나들이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다.

◆“경쟁상대는 에버랜드”

현명관식 경영 혁신…'열린 마사회' 변신 고삐 죈다 "가족형 말 테마파크 만들어 에버랜드와 경쟁"
한국마사회는 오는 31일부터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의 트랙(경주로) 안쪽 13만7000㎡의 가족공원 터에 말 테마파크 건설을 시작한다. 완공 목표는 내년 5월 초다. 시공테크가 테마파크 설계 및 콘텐츠 제작을 맡았다. 총 300억여원이 건설 비용으로 투입된다.

기존 가족공원은 시설이 노후화되고 어린이가 즐길 만한 놀이시설이 적어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사회는 가족공원을 어린이들이 말과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로 전면 재단장할 계획이다. 테마파크에는 웨스턴타운, 직업 체험마을, 중앙광장, 자동차극장 등이 조성된다. 공사 기간에 기존 가족공원 입장은 제한된다.

이번 공사는 현명관 마사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이후 삼성그룹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개혁을 이끌었던 현 회장은 2013년 12월 마사회장에 취임한 뒤 다시 강도 높은 개혁을 시작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라는 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말 테마파크를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마사회의 사업은 경마뿐이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며 “말을 중심으로 한 레저, 문화, 관광 등이 모두 마사회의 업(業)이며 테마파크에는 이런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렛츠런파크서울의 경쟁 상대는 다른 지역의 경마공원이 아니라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라고 강조했다.

◆소통 위한 개방형 창구

마사회는 5월부터 현 회장의 지시에 따라 개방형 창구를 전면 도입했다. 과거의 폐쇄형 창구는 철제 안내대와 아크릴 벽이 있어 고객과의 소통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객과의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아크릴 벽을 없애고 창구 높이를 낮춘 것. 이후 도박장 같은 어두운 분위기가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창구 직원들도 “소통하기 편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 회장은 개방형 창구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에게 “서비스업의 핵심은 친절인데 과거 마사회는 이에 소홀했다”며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경남 김해와 제주 등 다른 경마공원도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해의 렛츠런파크부산경남은 올여름 워터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겨울에는 눈썰매장을 연다. 렛츠런파크제주는 말 주산지라는 특성을 살려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마사회는 또 경북 영천에 네 번째 렛츠런파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 역시 말 중심의 테마파크로 조성해 새로운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 회장은 “전국 30여개의 장외발매소도 백화점 문화센터를 능가하는 지역주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이런 사업을 통해 매출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고 ‘경마=도박’이라는 국민의 인식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