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반(反)기업정서를 정쟁소재로 삼는 국회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국회에 제출하자 야당은 세수결손의 모든 책임을 과거 법인세 인하 탓으로 돌리며 “이참에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경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마치 낮은 법인세 때문에 편성됐다는 논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6일 정부가 추경을 심사하기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땜질식 추경을 편성할 것이 아니라 법인세 정상화 등 실질적인 세입확충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개호 새정치연합 의원도 “연간 7조원에 달하는 법인세 감면액은 올해 정부가 끼워넣은 추경 5조6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라며 “법인세 인하가 없었다면 2013년과 올해 세수결손 추경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듯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인세 인상에 반대한다”면서도 “비과세 혜택을 줄이는 간접적인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특별사면 명단에 기업인 포함 여부를 놓고도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재벌 총수 한두 명 사면한다고 투자가 늘거나 경제가 살지는 않는다”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기업과 나라 경제에 큰 피해를 준 사람들이 경영에 복귀해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흡사 조폭이 거리 질서를 바로잡게 해줘야 한다는 궤변”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여당은 ‘통 큰 사면’이란 수사를 동원해 기업인 사면을 에둘러 지원사격하고 있을 뿐이다.

법인세는 물론이고 기업인 사면문제 등 명분이 충분한 사안에 여당이 이처럼 수세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반기업 정서’에 오도된 여론 눈치보기에 나서는 것 같다”는 한 경제통 의원의 우려가 현실이 안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