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변호사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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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할리우드 영화에선 변호사가 빠지지 않는다. 불의와 정의, 지략과 성공, 음모와 배신의 이면에 변호사가 있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라도 나면 맨 먼저 변호사가 도착한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변호사 천지다. 전 세계 변호사의 40%가 미국에 몰려 있다는 정도다. 변호사가 구급차보다 먼저 온다는 말은 상당히 냉소적이다. ‘배고픈 변호사가 굶주린 사자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저변이 워낙 두텁다 보니 공직 진출도 단연 돋보인다. 연방의원의 40%가 변호사라는 통계도 있다. 클린턴, 오바마 등 전·현직 대통령은 부부가 다 변호사다.
미국 변호사는 자격 취득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볼 수 있다. 기본 자격을 폭넓게 준 뒤 법률시장에서 진검으로 실력을 가리게 하는 문화다. 한 번 합격만 하면 평생이 보장되는 한국의 사시 제도와 대조적이다. 미국에서 변호사를 양성하는 전문교육기관이 로스쿨이다. 1870년 하버드대 로스쿨이 효시다. 2009년 한국이 로스쿨을 도입한 건 사법개혁의 일환이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슬로건으로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다.
로스쿨 덕에 한국도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눈앞에 왔다. 새내기 변호사, 로스쿨 변호사의 몸값이 뚝 떨어졌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사무실 유지도 어렵다는 아우성까지 들린다. 뒤집어 보면 사법개혁 구호가 나온 지 20년 만에야 겨우 서민·중산층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가의 법률조력을 받아볼 만해졌다는 얘기가 된다.
엊그제 서울시가 6급 감사직류에 변호사 8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에서 변호사를 6급으로 뽑는 게 이젠 낯설지 않다. 앞서 부산시는 7급으로 채용하려다 법조계의 반발 또는 압력으로 백지화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도 변호사 2명이 지원했다. 지난 4월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7급으로 변호사 20명을 채용하겠다고 하자 25명이 응모했었다. 기업에서는 이미 3년쯤 전부터 대리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시장개방에 따라 조만간 외국 변호사들도 밀려온다.
어디서나 담당 업무가 관건이고, 성과가 좌우한다. 출발할 때의 몸값은 문제가 아닌 시대다. 더구나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들은 ‘공포마케팅’으로 어느 정도 수요도 창출해낸다. 변호사협회도 몸값 떨어진다는 불평이나 할 일이 아니다. 기업과 공공부문에 억지로 변호사 배치 수요나 만들기보다 낮은 곳으로 헌신을 유도하면 어떤가. 공공 봉사에 몸 던지고 자기 희생도 감내하다 보면 ‘링컨 변호사’ ‘간디 변호사’도 나오지 않겠나.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미국 변호사는 자격 취득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볼 수 있다. 기본 자격을 폭넓게 준 뒤 법률시장에서 진검으로 실력을 가리게 하는 문화다. 한 번 합격만 하면 평생이 보장되는 한국의 사시 제도와 대조적이다. 미국에서 변호사를 양성하는 전문교육기관이 로스쿨이다. 1870년 하버드대 로스쿨이 효시다. 2009년 한국이 로스쿨을 도입한 건 사법개혁의 일환이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슬로건으로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다.
로스쿨 덕에 한국도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눈앞에 왔다. 새내기 변호사, 로스쿨 변호사의 몸값이 뚝 떨어졌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사무실 유지도 어렵다는 아우성까지 들린다. 뒤집어 보면 사법개혁 구호가 나온 지 20년 만에야 겨우 서민·중산층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가의 법률조력을 받아볼 만해졌다는 얘기가 된다.
엊그제 서울시가 6급 감사직류에 변호사 8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에서 변호사를 6급으로 뽑는 게 이젠 낯설지 않다. 앞서 부산시는 7급으로 채용하려다 법조계의 반발 또는 압력으로 백지화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도 변호사 2명이 지원했다. 지난 4월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7급으로 변호사 20명을 채용하겠다고 하자 25명이 응모했었다. 기업에서는 이미 3년쯤 전부터 대리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시장개방에 따라 조만간 외국 변호사들도 밀려온다.
어디서나 담당 업무가 관건이고, 성과가 좌우한다. 출발할 때의 몸값은 문제가 아닌 시대다. 더구나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들은 ‘공포마케팅’으로 어느 정도 수요도 창출해낸다. 변호사협회도 몸값 떨어진다는 불평이나 할 일이 아니다. 기업과 공공부문에 억지로 변호사 배치 수요나 만들기보다 낮은 곳으로 헌신을 유도하면 어떤가. 공공 봉사에 몸 던지고 자기 희생도 감내하다 보면 ‘링컨 변호사’ ‘간디 변호사’도 나오지 않겠나.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