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중견기업이 1%만 돼도 양질의 일자리 3만여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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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단체 출범 1년'
독일 기업은 9대 걸쳐 가업 잇는데
한국은 상속세 때문에 주식 팔고 나면 경영권 잃는다
회원사 확대·사무실 확장, 시급한 과제
독일 기업은 9대 걸쳐 가업 잇는데
한국은 상속세 때문에 주식 팔고 나면 경영권 잃는다
회원사 확대·사무실 확장, 시급한 과제
오는 22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법정단체 출범 1년을 맞는다. 지난해 7월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특별법)’이 시행됐고 중견련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어 세 번째 법정 경제단체가 됐다.
중견기업은 그동안 세간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위치한 기업’이라는 막연한 개념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중견기업과 중견련이 주목받게 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국정화두인 창조경제 실현에 중견기업의 역할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중견련을 이야기할 때 강호갑 회장(61·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창설 주역이자 초대 회장으로 중견련의 토대를 닦았다. 강 회장은 법정단체 출범 1년을 앞두고 지난 17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두 번째 등판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청년실업 해법은 중견기업”
강 회장의 ‘첫 등판’은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업계에 발을 내디딘 것이었다.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조지아주립대 대학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그는 1988년 조선부품업을 하던 큰형(강호일 비와이 대표)의 간절한 부탁으로 귀국했다. 강 회장은 1999년 부도난 자동차 차체 제조업체 신아금속(현 신영)을 인수해 매출 1조원에 이르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중견련이 본격적인 역할을 시작하는 ‘두번째 등판’에선 신영을 일으킨 것처럼 중견기업을 더 많이, 더 빨리 육성하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야말로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해답”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중견기업이 늘어나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중견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군이라는 것이다.
국내 중견기업은 3846개, 전체 기업의 0.12%에 그친다. 하지만 경제 기여도는 작지 않다. 지난해 국내 중견기업은 전체 일자리의 10%인 120만명을 고용했다. 총 매출은 640조원으로 국내 1~3위 대기업 매출을 합친 것(585조원)보다 많았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 1%만 돼도 일자리 3만여개가 생긴다”며 “‘글로벌 전문기업’이 많아지면 우리 경제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실적에 따라 휘청이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업승계 등 곳곳이 걸림돌
갖가지 규제로 중견기업의 고민은 깊다. 가업승계는 난제로 꼽힌다. 강 회장이 인터뷰 도중 재킷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냈다. 254년 된 독일의 ‘파버 카스텔’ 제품이었다.
“이 독일 기업은 9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는데 한국은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려고 해도 상속세 때문에 주식을 팔면 경영권을 잃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회장은 상속공제 한도와 대상을 확대하고 독일식 가업승계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많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 불리기’도 중견련의 시급한 과제다. 3846개 중견기업 중 회원사는 530개뿐이다. 법정단체 지위를 얻었지만 턱없이 부족한 회원사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회장은 “정보접근 등 회원사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늘려 정체 상태인 회원 수를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강 회장은 정부에 탄원서를 냈다. 세 들어 있는 서울 마포구의 좁은 건물 때문이다. 그는 “해외 경제단체와 국가기관의 방문이 줄을 잇는데 이들을 응접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난감하다”며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회비로 살림을 꾸려가다보니 자생력을 갖추기엔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중견련은 재정 자립을 이루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내 공간을 임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중견기업은 그동안 세간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위치한 기업’이라는 막연한 개념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중견기업과 중견련이 주목받게 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국정화두인 창조경제 실현에 중견기업의 역할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중견련을 이야기할 때 강호갑 회장(61·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창설 주역이자 초대 회장으로 중견련의 토대를 닦았다. 강 회장은 법정단체 출범 1년을 앞두고 지난 17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두 번째 등판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청년실업 해법은 중견기업”
강 회장의 ‘첫 등판’은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업계에 발을 내디딘 것이었다.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조지아주립대 대학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그는 1988년 조선부품업을 하던 큰형(강호일 비와이 대표)의 간절한 부탁으로 귀국했다. 강 회장은 1999년 부도난 자동차 차체 제조업체 신아금속(현 신영)을 인수해 매출 1조원에 이르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중견련이 본격적인 역할을 시작하는 ‘두번째 등판’에선 신영을 일으킨 것처럼 중견기업을 더 많이, 더 빨리 육성하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야말로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해답”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중견기업이 늘어나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중견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군이라는 것이다.
국내 중견기업은 3846개, 전체 기업의 0.12%에 그친다. 하지만 경제 기여도는 작지 않다. 지난해 국내 중견기업은 전체 일자리의 10%인 120만명을 고용했다. 총 매출은 640조원으로 국내 1~3위 대기업 매출을 합친 것(585조원)보다 많았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 1%만 돼도 일자리 3만여개가 생긴다”며 “‘글로벌 전문기업’이 많아지면 우리 경제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실적에 따라 휘청이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업승계 등 곳곳이 걸림돌
갖가지 규제로 중견기업의 고민은 깊다. 가업승계는 난제로 꼽힌다. 강 회장이 인터뷰 도중 재킷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냈다. 254년 된 독일의 ‘파버 카스텔’ 제품이었다.
“이 독일 기업은 9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는데 한국은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려고 해도 상속세 때문에 주식을 팔면 경영권을 잃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회장은 상속공제 한도와 대상을 확대하고 독일식 가업승계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많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 불리기’도 중견련의 시급한 과제다. 3846개 중견기업 중 회원사는 530개뿐이다. 법정단체 지위를 얻었지만 턱없이 부족한 회원사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회장은 “정보접근 등 회원사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늘려 정체 상태인 회원 수를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강 회장은 정부에 탄원서를 냈다. 세 들어 있는 서울 마포구의 좁은 건물 때문이다. 그는 “해외 경제단체와 국가기관의 방문이 줄을 잇는데 이들을 응접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난감하다”며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회비로 살림을 꾸려가다보니 자생력을 갖추기엔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중견련은 재정 자립을 이루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내 공간을 임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