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추억의 '색종이 아저씨' 열풍
이마트 '어른위한 놀이터'도 인기
쑥쑥 크는 키덜트 시장
피규어·미니어처·캐릭터 등
30~40대까지 구매연령 확장
22~26일 코엑스서 '키덜트페어'
1980·1990년대 태어난 20·30대 ‘어른아이’가 문화콘텐츠의 주요 소비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문화적으로 ‘낀 세대’이자 사회적으로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인 이들이 최근 자신들만의 문화를 구축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포세대·낀 세대가 키덜트족으로
이날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는 1988년부터 10년 이상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종이접기를 가르쳤던 ‘색종이 아저씨’ 김영만 씨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공중파에 앞서 온라인에서 1주일 전 방영된 이후 쏟아진 트위터 글만 14만건. 방송 이후 색종이 제작업체 종이나라의 매출이 3배 이상 올랐다. 한 네티즌은 “작은 원룸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가 우연히 종이접기 방송을 봤다. ‘이제 어른이 됐으니 잘할 수 있을 거예요’라는 말을 듣고 눈물이 쏟아졌다”는 글을 올렸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김영만 열풍’은 자신들의 추억이 담긴 종이접기가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인정받게 된 것에 감동한 20·30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으로 보면 어른이 되지 못한 ‘삼포세대’에게 위로, 치유의 메시지가 통한 것이라는 얘기다.
내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면서도 비싼 피규어나 캐릭터 용품을 사며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것도 20·30대 ‘키덜트(kid+adult=아이의 감성을 소비하는 어른)족’의 특징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젊은 세대의 취향이 사회적인 것에서 요리, 피규어, 맛집 탐방 등 좀 더 개인적인 것으로 세분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1980년대생은 처음으로 독방을 가진 세대”라며 “이들이 자신의 친구였던 종이접기, 장난감 등에 열광하며 혼자 할 수 있는 놀이에 빠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키덜트 시장도 ‘쑥쑥’
1인 가구가 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원하는 수요도 꾸준하다. 지난달 18일 경기 고양시의 이마트타운에 문을 연 가전제품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는 키덜트족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장 첫달에 당초 목표의 143%인 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디지털가전뿐 아니라 체험존, 액션캠, 드론, 피규어 전문존 등 키덜트를 위한 매장을 함께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곳을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라며 “전자제품과 영웅에 환호하던 ‘B급 감성’으로 돌아가 제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22~26일 서울 코엑스홀에서 열리는 ‘2015 서울키덜트페어’에도 키덜트족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인 이번 행사에선 피규어, 미니어처 등의 모형과 수집품을 전시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