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의료 분야다. 한국뿐만 아니다. 대다수 선진국이 자국 의료·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수출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추세다. 세계는 앞으로 최고의 부가가치산업이 정보기술(IT)에서 바이오기술(BT)로 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각종 정책으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의료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현대의학 영역으로만 국한한다는 것이 문제다. 세계 다른 나라들과의 차별화에 한의학이 빠져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현대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다면 한의사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의학 계승자로서의 역할이 있고, 동양의학이 많이 변질된 중국의 중의학보다 전통의학으로서의 본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서다. 한의학은 분명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의료 영역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한의학을 포함한 동양의학을 받아들여 자국의 현대의학과 접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시장은 기존 서양의학 중심의 화학약물에서 이제 동양의학 중심의 천연약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서양의학의 한계를 깨닫고 동양의학을 통해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바이오 선진국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분야가 한의학, 즉 전통의학을 활용한 융합 의료시장이다. 3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50년에는 600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존스홉킨스병원, 하버드 의과대학, 메릴랜드 의과대학 같은 유명 의료기관이 중의사들과 함께 동서 협진 치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동양의학과의 접목을 통한 신약 개발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더 적극적이다. 중국의 헌법은 중의학 발전을 명시하고 있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호주에서 열린 중의약센터 건립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중의학의 세계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중의학을 적극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융합의료의 미래가 밝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각종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가 한의학의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한의학의 장점을 살려 통합예방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의료 한류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한의 임상기술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고, 융합형 한의 의료기기 개발 및 한약제제 활용기술 개발 등 임상 수요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한의학은 지금보다 훨씬 글로벌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다.

한의계는 한의약 치료기술의 유효성 규명과 관련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 이전 등 피부에 와닿는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한의학의 국제 입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의학계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선진 치료기술로 한의학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가 융합의료적 차원의 정책 패러다임을 검토해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