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입학은 '표준화' 졸업은 '특성화'…갈팡질팡 대학들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60개 대학이 선정된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고교정상화 사업) 결과가 20일 나왔다. 대입전형이 고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이 사업은 총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작년 첫 사업 시행을 통해 학생부 영향력 강화, 대학별고사 축소, 고른기회전형 확대 등 실질적인 대입전형 개선 효과를 거뒀다는 게 교육부의 평가다.

고교정상화 사업이 역점을 둔 평가항목은 △학생부 위주 전형 중심 개선 △전형방법 표준화 노력 △대학별고사 전형 규모와 방법의 적절성 등이다.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표준화하고 되도록 대학별고사는 억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거꾸로 말하면 논술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의 규모가 큰 대학, 수능 위주 선발비율 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은 대학들은 “고교정상화를 저해한다”는 교육 당국의 시각이 반영됐다.

주요대학 중심으로 회의론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입을 그렇게 단순화해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마치 학생부 위주 전형은 선(善), 논술·수능 등을 중시하는 전형은 악(惡)처럼 비춰지는 분위기가 문제란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고교정상화 사업에선 주요대학 중 서강대와 성균관대가 논술 비중이 크거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입학은 '표준화' 졸업은 '특성화'…갈팡질팡 대학들
사교육 억제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정작 ‘대학이 어떻게 학생을 선발해 가르쳐야 하느냐’는 근본적 고민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입전형 표준화 유도는 올바른 방향일까. 대학특성화(CK) 사업 같은 정책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비슷비슷한 학생을 뽑아 남다른 학생으로 길러내라”는 고난도 요구에 대학들이 갈피를 못 잡는다는 하소연이다.

고교정상화 사업의 전신 격인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지원사업’의 핵심목표는 천편일률적 입시에서 탈피, 각 대학 인재상에 걸맞은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대입정책이 퇴보했다는 불만까지 흘러나온다.

지금의 대입전형은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수시모집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논술·특기자전형과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이다. 이처럼 교육 당국이 큰 틀은 제시한 만큼 “가이드라인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개별 대학 입시전형 운영엔 자율성을 달라”는 주문에 힘이 실린다.

재정지원을 빌미로 한 지나친 대입 규제는 자칫 대학들의 ‘마이웨이 입시’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고교정상화 사업으로 지원되는 연간 예산은 평균 8억원 내외다. 대학의 전체 예산 가운데 그리 큰 비중은 아니다. 입시 영향력이 막강한 몇몇 대학이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눈치 안 보고 뽑겠다”고 나서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사교육을 억제해 고교교육을 정상화한다.’ 큰 그림은 이미 나왔다. 대학들도 방향성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각 전형이 몇 %인지 비율까지 일일이 따져가며 찍어내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물론 대입과 고교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단 대입 통제만으로 고교교육을 바꿀 수는 없다. 더욱이 대입만 교육정책의 초점이 돼서도 안 된다. 그보다는 대학이 어떤 인재를 키워내느냐가 더 중요한 사안이다. 과연 고교정상화가 사교육 억제와 동의어인지, 각 대학의 특성에 적합한 선발방식은 무엇일지,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정교한 평가방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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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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