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PA 빅3'의 고민…덩치 커져도 이익 못내
‘파이널 여름 세일’(유니클로) ‘전 제품 최대 50% 할인’(에잇세컨즈) ‘70% 시즌 오프’(탑텐) ‘디즈니 티셔츠 9900원’(스파오)….

21일 서울 명동에서는 반경 250m 안에 몰려 있는 국내외 제조·직매형 의류(SPA) 점포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했다. 일본 유니클로가 여름 의류 100종을 최대 50% 싸게 내놓은 가운데 토종 브랜드들은 더 강력한 ‘맞불 세일’로 손님몰이에 한창이었다.

2009년 이랜드의 스파오, 2012년 제일모직 에잇세컨즈와 신성통상 탑텐이 등장해 ‘토종 SPA 트로이카’ 체제가 구축된 지 3년이 지났다. 3개 브랜드는 모기업의 적극적 투자에 힘입어 연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급성장하며 ‘유니클로 대항마’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외형 성장이라는 1차 과제를 넘긴 토종 SPA들은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춰야 하는 2차 과제를 안고 있다.

◆미래 캐시카우? 돈 먹는 하마?

'토종 SPA 빅3'의 고민…덩치 커져도 이익 못내
지난해 스파오는 1700억여원, 에잇세컨즈는 1500억여원, 탑텐은 12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외형은 성공적으로 키웠지만, 수익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줄곧 1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토종 SPA에서는 스파오와 탑텐이 손익분기점을 갓 넘긴 정도다. 이랜드의 지난해 패션부문 영업이익 1050억원 중 ‘스티브 잡스 운동화’로 유명한 뉴발란스의 기여분이 900억원에 달했다. 스파오를 포함한 나머지 40여개 패션 브랜드의 몫은 150억원에 그쳤다.

토종 SPA 트로이카는 당분간 공격 출점을 이어갈 예정이어서 향후 투자 부담도 만만찮다. 탑텐 매장 수가 89개, 스파오가 57개, 에잇세컨즈가 29개로 유니클로(155개)와 격차가 크다. SPA 매장은 임대료가 비싼 핵심 상권에서 직영점 위주로 운영돼 투자비가 많이 드는 구조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SPA는 철저히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사업”이라며 “국내 매장이 300개는 넘어야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종 SPA 빅3'의 고민…덩치 커져도 이익 못내
◆“해외진출·히트작 발굴해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화’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스파오는 2013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엔저(低) 여파로 적자가 쌓이자 올 들어 모두 철수했으며 ‘중화권 집중’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에잇세컨즈는 내년께, 탑텐은 2017년께 중국 진출 계획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가히트 상품’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선 희망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 스파오의 2만9900원짜리 패딩조끼는 작년에만 50만장이 팔려 올해는 예약 신청까지 받고 있다. 탑텐이 유니버설뮤직과 만든 9990원 그래픽 티셔츠도 올여름 60만장 넘게 판매됐다.

패션컨설팅업체 MPI의 최현호 대표는 “잘 팔릴 옷을 예측해 단기간에 팔아치우는 ‘정밀타격’ 역량을 높여야 한다”며 “해외 SPA는 재고 최소화에 집중해 판매율이 90%에 이르지만 국내 SPA는 아직 70%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