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동시장 개혁, 인적자본 재구축의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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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본 수준에 국가운명 좌우
호봉제·스펙쌓기 낭비요인 제거
능력중심 성과주의 임금개편을
조준모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호봉제·스펙쌓기 낭비요인 제거
능력중심 성과주의 임금개편을
조준모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자연재해, 전쟁, 경제위기 등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를 극복하는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지식인과 기술자들의 두뇌와 손끝, 즉 인적 자본이 살아있는 한 제 아무리 커다란 위기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통치자가 인적 자본을 파괴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 사례가 많다. 널리 알려진 진시황제의 분서갱유(焚書坑儒)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식인들이 진시황 자신의 권력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전국의 책을 거둬들여 불사르고 유자들을 땅에 묻어버린 사건이다. 1970년대 크메르 루주의 폴 포트 정권이 농민 유토피아 공산주의를 건설한다는 명분 아래 200만명에 이르는 지식인들을 학살한 사건도 그렇다. 안경을 낀 사람, 손에 굳은살이 박이지 않은 사람을 골라 살해한 ‘인적 자본의 학살’로 악명 높다. 그리스는 인적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국가위기를 자초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에선 우수 인력이 우대받고 산업발전에 집중되기보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휘둘리거나 부정부패, 이데올로기 투쟁에 집중됐을 뿐 유비무환을 촉구한 지식인들의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는 달리 국민의 힘으로 국가 인적 자본을 유지하고자 노력한 사례도 있다. 바로 한국이다. 우리 국민은 외환위기 당시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던 시절, 국가와 일터를 지키고자 집안의 금붙이 227t을 모아 나라의 외환부채를 갚는 데 도움을 줬다. 이 금 모으기 운동은 정부가 국가경영을 잘못해 부도를 냈지만 국민들이 희생정신으로 일터 유지와 인적 자본 보존을 위해 똘똘 뭉친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은 만성적인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노사 갈등으로 그리스의 경로를 따라가느냐, 이를 극복해 재도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지금은 금보다 더 중요한 국가인적 자본의 재구축이 필요하다.
경제와 사회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해 인적 자본을 단기간에 육성하기는 어렵다. 인적 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황무지에 물을 뿌리기보다는 가뭄에 말라붙은 논밭에 ‘인적 자본의 단비’를 적절히 뿌려줘야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국가 인적 자본 체계는 경제산업의 토양에 인적 자본의 양분을 적재적소에 뿌려주는 ‘호스(hose)’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호스는 양분을 집중화하기보다 흐름을 가로막고 있다. 호봉제와 ‘스펙’ 중심이 그 걸림돌이다. 인적 자본의 수준과 관계없이 근속 연수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호봉제는 인적 자본의 생장을 저해한다. 청년들로 하여금 생산성과 관계없는 스펙에 투자케 해 ‘짝퉁 인적 자본’ 형성에 국가자원을 낭비하는 경우도 그렇다. 이는 결국 ‘이중 노동시장 구조’와 인적 자원 활용의 비효율성을 고착화할 뿐이다.
국가 인적 자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성능 좋은 호스’로 교체해야 한다. 일의 성과와 보상의 연동성을 강화하는 성과주의를 통해 인적 자본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 직무의 재설계 및 이에 기반한 임금체계 개선이 그런 노력에 해당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구축처럼 능력 중심 사회로의 이행도 도모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이 바로 국가 인적 자본 재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인적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호스인 것이다.
정부가 국가 인적 자본의 재구축을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한다. 역대 정부마다 국가 인적 자본 육성이라는 이상적인 담론과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도대체 정부 부처의 생존을 위한 것인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다. 이번만큼은 기로에선 한국 경제의 위기 탈출을 위해 절치부심 ‘제2의 금모으기 운동’ 아니 ‘국가 인적 자본 모으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협력정책을 펼쳐 왕성한 민간의 생산, 기술, 노하우, 더 나아가 인적 자본 형성이 결실을 맺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조준모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통치자가 인적 자본을 파괴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 사례가 많다. 널리 알려진 진시황제의 분서갱유(焚書坑儒)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식인들이 진시황 자신의 권력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전국의 책을 거둬들여 불사르고 유자들을 땅에 묻어버린 사건이다. 1970년대 크메르 루주의 폴 포트 정권이 농민 유토피아 공산주의를 건설한다는 명분 아래 200만명에 이르는 지식인들을 학살한 사건도 그렇다. 안경을 낀 사람, 손에 굳은살이 박이지 않은 사람을 골라 살해한 ‘인적 자본의 학살’로 악명 높다. 그리스는 인적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국가위기를 자초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에선 우수 인력이 우대받고 산업발전에 집중되기보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휘둘리거나 부정부패, 이데올로기 투쟁에 집중됐을 뿐 유비무환을 촉구한 지식인들의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는 달리 국민의 힘으로 국가 인적 자본을 유지하고자 노력한 사례도 있다. 바로 한국이다. 우리 국민은 외환위기 당시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던 시절, 국가와 일터를 지키고자 집안의 금붙이 227t을 모아 나라의 외환부채를 갚는 데 도움을 줬다. 이 금 모으기 운동은 정부가 국가경영을 잘못해 부도를 냈지만 국민들이 희생정신으로 일터 유지와 인적 자본 보존을 위해 똘똘 뭉친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은 만성적인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노사 갈등으로 그리스의 경로를 따라가느냐, 이를 극복해 재도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지금은 금보다 더 중요한 국가인적 자본의 재구축이 필요하다.
경제와 사회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해 인적 자본을 단기간에 육성하기는 어렵다. 인적 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황무지에 물을 뿌리기보다는 가뭄에 말라붙은 논밭에 ‘인적 자본의 단비’를 적절히 뿌려줘야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국가 인적 자본 체계는 경제산업의 토양에 인적 자본의 양분을 적재적소에 뿌려주는 ‘호스(hose)’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호스는 양분을 집중화하기보다 흐름을 가로막고 있다. 호봉제와 ‘스펙’ 중심이 그 걸림돌이다. 인적 자본의 수준과 관계없이 근속 연수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호봉제는 인적 자본의 생장을 저해한다. 청년들로 하여금 생산성과 관계없는 스펙에 투자케 해 ‘짝퉁 인적 자본’ 형성에 국가자원을 낭비하는 경우도 그렇다. 이는 결국 ‘이중 노동시장 구조’와 인적 자원 활용의 비효율성을 고착화할 뿐이다.
국가 인적 자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성능 좋은 호스’로 교체해야 한다. 일의 성과와 보상의 연동성을 강화하는 성과주의를 통해 인적 자본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 직무의 재설계 및 이에 기반한 임금체계 개선이 그런 노력에 해당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구축처럼 능력 중심 사회로의 이행도 도모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이 바로 국가 인적 자본 재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인적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호스인 것이다.
정부가 국가 인적 자본의 재구축을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한다. 역대 정부마다 국가 인적 자본 육성이라는 이상적인 담론과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도대체 정부 부처의 생존을 위한 것인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다. 이번만큼은 기로에선 한국 경제의 위기 탈출을 위해 절치부심 ‘제2의 금모으기 운동’ 아니 ‘국가 인적 자본 모으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협력정책을 펼쳐 왕성한 민간의 생산, 기술, 노하우, 더 나아가 인적 자본 형성이 결실을 맺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조준모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