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판 위에 수놓은 생명에너지와 빛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리 회화의 대가' 김대관 씨
내달 12일까지 엄서 개인전
내달 12일까지 엄서 개인전
재독화가 김대관 씨(50)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코드로 ‘유리’에 주목했다. 유리판 위에 자연의 이미지를 올려 놓으면 일반 회화에 비해 더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일 것이란 생각에서다. 유리는 ‘불을 머금고 있는 생명에너지’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을 보면 밑도 끝도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20여년간 유리 그림에 매달려온 김씨가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이태원동 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추계예술대를 졸업한 뒤 독일 할레의 부르크 기비셴쉬타인예술대에서 그림을 공부한 그는 2000년대 초 유리판을 중첩해 색의 깊이를 주는 글라스페인팅(유리 회화) 장르를 개척해 국내외 화단에서 주목받았다.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흐르는 강물이나 바닷가에서 움직이는 물결과 반짝이는 빛을 묘사한 근작 ‘물위의 빛’ 시리즈 20여점을 건다. 그의 작품은 마치 화선지에 유리가 흡수되는 것처럼 보인다. 유리판에 다양한 색깔의 안료를 붓으로 수백 번 칠해 세 겹의 층위를 만든다. 그 다음 전기가마에서 620도가량의 고온으로 구워낸다. 유리가 색깔을 머금었을 때의 긴장감은 빛의 울림과 리듬감으로 더욱 빛난다. 단색화의 느낌도 생생히 살아 있다.
김씨는 “유리판 위의 선은 물결과 그 흔적을 나타내고 물이나 작은 모래, 조개가루에 비치는 빛은 점으로 그려냈다”며 “결국 반투명 안료 속에 내 손의 제스처나 신체적인 움직임을 정지시켜 놓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독일로 가기 전엔 컬러풀한 구상작업을 했던 그가 왜 유리작업을 하게 됐을까. 그는 “유럽을 돌아보면서 뭘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고, 작가로서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던 어느 날 향수에 잠겨 라인강변을 걷고 있는데 강물이 마치 유리처럼 빛났다”고 했다. 그는 “그때의 감흥을 유리에 데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 과정을 만들어냈다”며 “저의 귀소적인 문화 냄새를 유리로 피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화단에서 ‘유리화 작가’로 통하는 김씨는 재료뿐만 아니라 무엇을 그릴 것인지도 늘 고민했다. 이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점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기도 했다. 김씨는 “제 그림이 서양화처럼 보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서양사람들이 동양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적인 오방색의 움직임을 서양화처럼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동양적인 것으로 호소하는 걸 경계한다는 그는 “앞으로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국적인 것을 끌어들여 우리 것을 더 풍성하게 만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02)6677-576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여년간 유리 그림에 매달려온 김씨가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이태원동 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추계예술대를 졸업한 뒤 독일 할레의 부르크 기비셴쉬타인예술대에서 그림을 공부한 그는 2000년대 초 유리판을 중첩해 색의 깊이를 주는 글라스페인팅(유리 회화) 장르를 개척해 국내외 화단에서 주목받았다.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흐르는 강물이나 바닷가에서 움직이는 물결과 반짝이는 빛을 묘사한 근작 ‘물위의 빛’ 시리즈 20여점을 건다. 그의 작품은 마치 화선지에 유리가 흡수되는 것처럼 보인다. 유리판에 다양한 색깔의 안료를 붓으로 수백 번 칠해 세 겹의 층위를 만든다. 그 다음 전기가마에서 620도가량의 고온으로 구워낸다. 유리가 색깔을 머금었을 때의 긴장감은 빛의 울림과 리듬감으로 더욱 빛난다. 단색화의 느낌도 생생히 살아 있다.
김씨는 “유리판 위의 선은 물결과 그 흔적을 나타내고 물이나 작은 모래, 조개가루에 비치는 빛은 점으로 그려냈다”며 “결국 반투명 안료 속에 내 손의 제스처나 신체적인 움직임을 정지시켜 놓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독일로 가기 전엔 컬러풀한 구상작업을 했던 그가 왜 유리작업을 하게 됐을까. 그는 “유럽을 돌아보면서 뭘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고, 작가로서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던 어느 날 향수에 잠겨 라인강변을 걷고 있는데 강물이 마치 유리처럼 빛났다”고 했다. 그는 “그때의 감흥을 유리에 데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 과정을 만들어냈다”며 “저의 귀소적인 문화 냄새를 유리로 피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화단에서 ‘유리화 작가’로 통하는 김씨는 재료뿐만 아니라 무엇을 그릴 것인지도 늘 고민했다. 이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점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기도 했다. 김씨는 “제 그림이 서양화처럼 보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서양사람들이 동양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적인 오방색의 움직임을 서양화처럼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동양적인 것으로 호소하는 걸 경계한다는 그는 “앞으로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국적인 것을 끌어들여 우리 것을 더 풍성하게 만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02)6677-576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