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석방되거나 가벼운 형을 받았을 때 변호사에게 돈을 주기로 하는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변호사가 법원에 연줄을 대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하도록 유도해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해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반세기 동안 유지되던 국내 법률시장의 관행을 바꾸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허모씨(38)가 자신이 고용했던 변호사 조모씨(53)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대법원은 “앞으로 체결하는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은 모두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성공보수 약정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므로 민법상 무효”라고 판시했다. 다만 지금까지 체결한 성공보수 약정은 유효하다고 봤다. 민사소송은 성공보수가 유지된다.

변호사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착수금이 다소 올라가겠지만 사라지는 성공보수에 미치지 못해 전체 수임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대부분 변호사의 얼마 되지 않는 수입마저 빼앗는 교각살우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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