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갤러리] 빗소리 머금은 길상사의 여름
투둑 투둑 내리는 빗소리에 괜히 마음이 움직여 길상사를 찾았다. 법정 스님 진영각으로 올라가는 길옆, 녹음이 짙어가는 작은 계곡엔 단풍나무가 오랜만에 갈증을 풀고 반짝반짝 빛을 낸다.

계절마다 야생화가 곱게 피는 이 길 옆 화단에는 동자꽃, 나리꽃, 늦게 핀 매발톱이 반기고 있고, 단풍나무 아래는 섬초롱이 연등 대신 초롱을 들고 있다. 누구의 작은 정성일까. 스님 유골 모신 곳에 살포시 두고 간 체리 열매 세 개. 그 마음은 뜰 한쪽에 핀 산수국처럼 소담하고 예쁠 것 같다. 스님들이 참선하고 있는 선원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도 능소화가 곱게 피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비에 초록빛 향기가 온몸에 스며든다. 심호흡을 하고 가만히 서 있으니 지쳤던 몸속 세포와 혈관들이 서서히 생기를 찾아가는 듯하다.

길상사 경내를 돌아 다시 선 법당 앞. 연등을 품고 있던 돌 항아리에 핀 작은 수련의 모습이 목욕재계하고 기도라도 하는 듯 청아하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미소를 띠게 하는 관음보살상을 닮았다. 마음에 등 하나 켜고 돌아선다.

정봉숙 (회사원) 서울시 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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