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을 건축, 디자인, 소프트웨어,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모든 창조산업에 영감을 주는 ‘창의 엔진(creative engine)’으로 인식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늘고 있다. 미술관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을 비롯해 덴마크의 패션디자이너 헨리크 빕스코브, 월북작가 이쾌대 등의 작품을 통해 경영의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워홀의 통찰부터 조상들의 디테일까지
‘훌륭한 사업은 최고의 예술’이라고 강조하는 워홀의 감성과 통찰을 배울 수 있는 기획전 ‘앤디 워홀 라이브(live)’는 오는 9월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워홀의 유년시절 사진을 비롯해 자화상, 뉴욕 시절의 드로잉, 1960~1970년대 실크스크린 작품, 유명 인사의 초상화 등 400여점이 걸렸다. 예술가인 동시에 스타가 되고자 했던 인간 워홀의 생생한 삶의 흔적을 통해 미술과 경영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조상들의 세밀하고 정교한 솜씨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면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9월13일까지 열리는 ‘세밀가귀(細密可貴)전’을 찾아가 보자. 조상들의 세심한 손길이 담긴 금속공예, 나전, 회화, 불화 등 고미술품 140여점(국보 21점·보물 26점 포함)이 나와 있다. 백제금동대향로, 금관, 금동 수정감장 촛대, 나전단화금수문 거울 등 명작들을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의 자세로 감상하다 보면 영감이 번뜩일지도 모른다.
◆멀티크리에이터의 형식 파괴
패션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관통하며 생각의 틀을 깨는 전시회도 있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12월31일까지 펼쳐지는 빕스코브의 개인전이다. 멀티크리에이터로 유명한 그는 2003년 파리에서 첫 컬렉션을 발표한 뒤 매년 형식을 파괴하는 패션쇼로 선풍적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는 40m 크기의 설치작품 ‘민트(mint) 인스티튜트’를 비롯해 여성 가슴 오브제 400여개로 꾸민 작품, 나일론 양말을 집어넣어 다양한 구조물로 표현한 작품, 사진 등 100여점을 내놓았다. 패션과 다른 장르가 만나 창의적 콘텐츠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건축의 거장 가우디를 조명하는 ‘바르셀로나를 꿈꾸다’ 전은 이달 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된다. 가우디는 건축을 조형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여 세계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 및 디자인 도면, 스케치, 관련 가구, 장식, 기록사진, 멀티미디어, 건축물 도형 등 200여점을 소개한다.
전통을 바탕으로 서양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했던 ‘한국 리얼리즘의 거장’ 이쾌대 회고전(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보모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거리 사진을 찍었던 미국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회고전(성곡미술관)도 11월1일까지 열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