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단축 효과로 2만6000여가구에 달하는 서울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아파트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 입주가 가장 빠른 1,2단지 전경. 한경DB
재건축 연한 단축 효과로 2만6000여가구에 달하는 서울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아파트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 입주가 가장 빠른 1,2단지 전경. 한경DB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단지’ 51㎡(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초 5억3800만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올 1월 거래가격(4억30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뛰었다. 65㎡와 91㎡ 등 나머지 주택형들도 연초보다 매매가격이 3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목동, 재건축 채비…연초보다 1억 뛰었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상가 내 까치공인의 남은숙 대표는 “입주자대표들이 재건축 협의에 나서면서 추가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마땅한 매물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재건축 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5월 말 시행된 뒤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목동신시가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거래량 늘어난 목동 아파트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 단축을 담은 지난해 9월 ‘9·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달까지 목동 아파트 거래량은 1619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217건과 비교해 33% 늘었다.

거래가 많아지면서 집값도 강세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지난해 3월 1975만원이었던 3.3㎡당 목동 일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2093만원으로 3.3㎡당 평균 118만원 올랐다.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함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른바 ‘버블 세븐(집값이 급등한 수도권 7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혔던 목동은 2006년 3.3㎡당 2536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3년부터 3.3㎡당 200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침체를 겪던 목동신시가지(1~14단지, 2만6000여가구) 주택시장이 최근 되살아난 건 재건축 연한 단축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2022년을 넘어야 14개 단지 모두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연한 단축으로 2018년부터 본격적인 추진이 가능해졌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목동은 여의도와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전문직과 대기업 근무자 등 중산층 입주자가 많아 주거 선호도도 높다”며 “평균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 비율)이 133% 수준으로 낮은 편인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추진 속도는 1단지·사업성은 5단지

대규모 택지개발로 조성된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재건축에 앞서 용적률과 건물 층수, 기반시설 비중 등 큰 틀의 정비계획을 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필요한 만큼 재건축 사업이 정식으로 시작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단지별로는 재건축 가능 연한에 먼저 들어간 1단지가 사업 속도는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업성은 14개 단지 중 용적률이 117%로 가장 낮고 같은 크기라도 대지지분이 다른 단지보다 4.5~10㎡가량 넓은 5단지가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5단지 65㎡는 이달 7억15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지난달과 4월엔 6억8000만원에 거래됐고, 앞서 1월에는 6억6000만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초보다 5000만원 넘게 올랐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목운초를 배정받을 수 있는 7단지의 경우 매매는 물론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오는 세입자 수요도 많은 편이다.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멀지 않은 곳에 마곡지구와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등 목동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주거지역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투자 목적의 매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