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수석부의장(사진)은 28일(현지시간) “한반도 안팎 상황은 남북통일이 머지 않았고 새벽처럼 찾아올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인근의 쉐라톤워커힐 프리미어 호텔에서 열린 제17기 민주평통 워싱턴지역협의회(회장 황원균) 출범식 강연에서 “최근 북한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통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현 수석부의장은 개각 때마다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돼 온 비중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주목된다.

현 수석부의장은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후 처형된 고위 간부만 70명에 달한다”며 “이런 공포 통치가 주요 고위 간부의 탈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사회가 김정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며 “배급에 의지하지 않고 장사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북한내 장마당이 400여개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현 수석부의장은 “장마당은 생생한 정보가 유통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진원지로 발전하고 있다”며 “북한에 있는 휴대전화 240만 대가 앞으로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개혁조치로 북한경제가 올들어 호전되고 있다는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개혁조치를 해서 경제가 좋아졌다기보다는 경제가 어려워 거의 떠밀려서 (장마당 허용같은) 개혁 조치를 취하는 형국”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도 개혁·개방 초기에 비슷한 과정과 경험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현 수석부의장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한국과 대화에 나서려면 내부체제가 안정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단정했다. 숙청이 이어지는 불안한 내부 상황과 북핵 실험강행으로 중국과 틀어진 관계, 식량난으로 인한 민심이탈 등 때문에 남북대화에 나서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