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오는 9월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20년 전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무대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공연을 본 사람은 작품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

작품을 연출한 윤호진 대표의 말 그대로였다. 1995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국내와 미국 영국 등지에서 16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 뮤지컬’로 불리는 명성황후가 새롭게 태어났다. 20년 전 초연 장소에서 지난 28일 막이 오른 ‘명성황후 20주년 공연’에서 ‘비운의 국모’는 현대적인 연출 기법과 새로 추가된 넘버(삽입곡)들로 생명력이 더해졌다. 호위무사 홍계훈은 명성황후에 대한 사랑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낭만적 무사로 거듭났다.

줄거리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1895년 10월8일 일어난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소재로 한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총명하지만 간악해 나라를 망친 민비’라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던 명성황후를 열강의 다툼 속에서 국권을 지키려다 참혹한 죽음을 맞은 ‘조선의 국모’로 재조명한다.

무대는 확 바뀌었다.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연출 기법으로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드라마를 구현한다. 2막 시작 직후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외국 대사들과 파티를 벌이는 무대 전체가 올라가고, 하단에는 일본 공사 미우라가 밀실에서 시해 음모를 꾸미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전에 시도했다가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보여주지 못한 장면이다. 명성황후 시해를 암시하면서 비극성을 심화하는 복선이다. 끊임없이 회전하는 무대는 화려하면서 역동적이다. 고뇌하는 흥선대원군의 반대편에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서 있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등 인물 간 대립과 심리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명성황후 혼례식 장면에선 LED(발광다이오드) 영상으로 이만익 화백의 나비 그림이 퍼져나간다. 이번 무대에서 처음 시도하는 영상 연출이다. 무과시험장 장면과 아들을 낳기 위해 굿을 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한국적 군무는 한층 화려해졌다.

호주 편곡자 피터 케이시의 손을 거친 음악은 현대적이면서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그대 따르는 그림자가 되리라. 울지 마시오. 아름다운 나의 사랑”으로 끝나는 홍계훈의 대표곡은 그를 더 적극적인 남성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전보다 길게 편곡됐다. 이전보다 속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홍계훈의 노래에 관객은 큰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새로 추가된 명성황후와 고종황제, 홍계훈의 삼중창은 세 사람의 복잡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20년간 변하지 않은 극의 백미는 혼령이 된 명성황후와 궁인들의 한 맺힌 합창 부분이다. 명성황후 역의 김소현이 일어나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부르자 윤석화 이태원 등 ‘역대 명성황후’를 통해 전해졌던 감동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오는 9월10일까지, 6만~13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