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사라진 국무회의 다과회
S씨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장관을 지냈다. 그를 만난 건 2013년 2월 어느 날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얘기할 때였다. 당시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등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S씨의 답은 의외였다. “아마 이명박 전 대통령을 그리워할 날이 있을 겁니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줬다.

“MB를 그리워하게 될 것”

“이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장관들과 커피와 과자를 먹으며 얘기하곤 했습니다. TV를 보면 가끔 나왔지요. 그는 과자를 거의 다 먹어야 회의장에 들어갔어요. 어렵게 살아서 식탐도 있었던 것 같아요. 머리 좋은 장관들은 과자 먹을 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다가가서 현안을 살짝 얘기하곤 한 거지요. 이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끝날 때쯤 ‘아참 S장관 아까 나한테 무슨 말 했었지. 한 번 해봐요’라고 기회를 줬습니다. 국무회의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다른 부처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을 준 셈이지요.” 이 전 대통령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흘렀다. 박근혜 정부 임기의 반이 지나고 있다. S씨와 나눈 대화가 다시 생각난 이유는 확실치 않다. 다만 국무회의 전 다과회가 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화면을 통해 나오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참모진을 대동하고 국무회의장으로 들어서는 모습뿐이다. 장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다. 국회·국민과의 소통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S씨의 말처럼 이 전 대통령이 그리울 정도는 아닌 듯하다. 이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는 큰 손실로 돌아왔고, 4대강 사업은 여전히 논란이다.

하지만 산업현장에 있는 중소기업인들은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기업인 K씨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정책의 잘잘못을 떠나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했고, 기업인들 사이에는 뭔가 해보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기댈 데가 없습니다.” 이어 “따라갈 허상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다는 기업인 Y씨가 본 미래도 암담하다. “납기를 맞추려고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전쟁처럼 일하지만 적자를 면할 수 없어요. 앞이 보이지 않네요.” 정부가 뭘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묻자 그는 “에이, 기대도 안 해요”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의 말은 절규와 비슷했다.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인들이 이 정도라면 다른 이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더 말할 것도 없을 듯하다.

중소기업인의 절규

이제 정부에 소통을 바라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대조차 접은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 의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그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이어지고 있는 0%대 성장에서 보듯 제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과거 박 대통령은 ‘성공한 정치인, 선거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려서부터 국가를 통치하는 것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으로 갖춰야 할 훌륭한 자산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취임 후 박 대통령이 갖고 있던 이 많은 자산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김용준 중소기업부 차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