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일본 등 12개국 각료들이 28일(현지시간)부터 31일까지 미국 하와이에서 각료회의를 열어 남은 쟁점의 타결을 시도한다. 전체 31개 분야 중 지식재산, 국유기업, 투자, 그리고 TPP 협정의 예외 등을 제외하고 25개 분야는 거의 마무리가 돼 협상이 8부 능선까지 왔다는 평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남은 쟁점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우선 신약 보호기간의 경우 미국은 12년, 호주 등은 5년으로 맞섰지만 8년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도입은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선에서, 국영기업에 대한 저리 융자 등 우대조치 제한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는 수준에서 타협할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협상과 병행하는 양자 교섭의 경우도 그동안 미·일 간 쟁점이던 미국산 쌀의 무관세 수입량, 일본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즉시 관세철폐 비율 등이 사실상 타결에 근접했다는 소식이다. 다만 캐나다가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낙농품시장 개방 확대를 거부하고 있는 게 변수다. 하지만 주요 협상국들은 캐나다를 제외한 11개국만으로 우선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31일 끝나는 이번 하와이회의에서 큰 틀의 원칙적 합의 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총생산(GDP)의 합이 세계 40%를 차지하는 12개국의 TPP 타결은 그 자체로 글로벌 무역지형의 변화를 예고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저 지켜만 봐야 할 처지다. 한·중 FTA다 뭐다 저울질하다가 TPP 참여 시기를 놓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뒤늦게 뛰어들려 했지만 미국으로부터 돌아온 건 협상이 끝나고 보자는 대답뿐이었다. 반면 일본은 TPP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일거에 다자간 자유무역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한·미 FTA 선점 효과마저 일본에 잠식당하게 생겼다. 소리만 요란했던 한국 통상외교의 진면목이다. 얼마 전 타결된 정보기술협정(ITA)만 해도 그렇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수출의 5분의 1이 걸린 이 협상에 대해 브리핑도 없이 보도 참고자료 하나 달랑 냈을 뿐이다. 이 나라 통상외교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