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해 일본 영국 독일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연간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잡고 있다. 요즘 경제학계에선 각국 중앙은행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이 2% 목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2%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각종 경기부양책을 써왔는데 ‘과연 2%라는 목표치가 어떤 논리적 근거가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Fed 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올초 미국 경제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자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4%로 올리고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도 없는 연 2% 목표치 때문에 Fed가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각 중앙은행이 불문율처럼 여기는 2% 목표치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로렌스 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역시 “지금 같은 글로벌 장기 경제침체기에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4% 정도로 올려 잡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다소 엉뚱하게 설정됐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고(高)인플레로 골머리를 앓던 당시 돈 브래시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가 데이비드 카이길 뉴질랜드 재무장관과 TV토론 도중 적정한 연간 인플레 수준에 대해 0~2%에 합의했다. 직전 재무장관이 0~1%를 적정 수준으로 제시했던 것을 참고로, 범위를 다소 넓혀 즉흥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물가안정에 힘쓴 결과 당시 7.6%였던 물가상승률은 2년 뒤 2%로 떨어졌다.

브래시 총재가 이 같은 성공 사례를 각국 중앙은행장이 모인 장소에서 여러 차례 소개했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 인플레 목표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선 “물가상승률이 높던 시절 다소 황당하게 잡힌 목표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탠리 피셔 Fed 이사나 폴 볼커 전 Fed 의장 등은 “2% 인플레 목표 정책이 실패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