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31일 오전 8시29분

[마켓인사이트] 9996원…삼성중공업 회사채 '굴욕'
올 2분기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삼성중공업의 회사채 가격이 처음으로 액면가(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91’은 올해 2월 발행 이후 처음으로 지난 30일 장내 채권시장에서 15억원어치가 거래됐다. 거래가는 9996~9997원으로 액면가를 밑돌았다.

개인투자자 중심인 장내시장에서 거래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채권은 한진해운(신용등급 BBB-), 웅진에너지(CCC) 등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이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회사채가 대부분이다. ‘만기 때 원리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투자자의 불안감이 채권값에 녹아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은 이들 기업보다 최대 13단계 높은 ‘AA-’다.

삼성중공업 회사채 거래가격이 액면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 ‘실적 충격’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발표 전부터 일찌감치 2분기 1조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4일 “거액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진짜 우려하는 것은 신용등급이 급락할 가능성이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1분기 실적 발표 때도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7500억원의 손실을 다 털어냈다고 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1조5000억원대 손실을 또 발표했다. 이미 시장의 신뢰가 실추된 상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용등급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는 채권을 들고 있느니 지금이라도 헐값에 처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31일 장외시장에서는 한 기관투자가가 ‘삼성중공업91’ 100억원어치를 시가(1만110원)보다 149원 싼 9961원에 팔아치웠다. 1억5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감수한 것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