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30분서 4시로…원칙적합의 선언 관측 속 협상 연장설도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당사국 간 각료회의가 막판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12개 당사국의 통상·무역장관들은 협상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간) 오전 큰 틀의 합의안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시30분(미 동부시간 오후 7시30분)으로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은 일단 오후 4시로 늦춰졌다.

12개국 협상단은 앞서 지난 28일부터 미국 하와이 마우이 섬의 웨스틴 호텔에서 다자 및 양자협상을 병행하며 규범과 시장접근 분야의 쟁점을 조율했으나 여전히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가급적 이날 중 '완전한 합의'는 아니더라도 '원칙적 합의'를 선언한다는 방침이지만 막판 협상이 계속 진통을 겪을 경우 협상 시한이 하루 이틀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캐나다 낙농품 시장 개방, 생물의약품(신약특허) 자료보호기간, 국영기업(SOE) 투명성 강화 및 특혜금지 조치 등이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캐나다는 생산 및 수입물량 제한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공급관리프로그램을 통해 우유와 계란 등 낙농제품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해 오고 있는데 시장 개방 시 해당 낙농업계의 반발과 더불어 10월 총선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해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캐나다는 전날 협상에서 미국, 호주, 뉴질랜드 3개국에 우유와 치즈, 버터 등 주요 품목에 대해 단일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물량을 제시했으나 이들 3개국은 예상대로 "불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큰 이견을 보였던 생물의약품(신약특허) 자료보호기간 문제는 미국이 입장을 다소 완화하면서 절충안을 놓고 막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신약특허 자료보호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만큼 복제약 출시가 어려워져 대형 제약회사에 유리한 구조인데 미국은 자국 제약사의 이익을 고려해 12년을 주장해 왔으나 호주는 5년 이상은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7년 또는 8년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기업(SOE)에 대한 투명성 강화 및 특혜금지 조치와 관련해선 국영기업 비중이 큰 말레이시아가 여전히 국영기업 및 '부미푸트라'(말레이계 인종에 대한 경제적 우대) 정책에 대한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자-국가간소송(ISD) 제도와 관련해선 협정문 반영을 요구하는 미국과 이에 반대하는 호주가 팽팽히 맞서고 있으나 호주 측에서 낙농품 및 설탕 시장 개방이 확대될 경우 수용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TPP 본 협상과 별개로 미국의 제안에 따라 역내 환율조작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회원국 간 고위급 포럼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일본 등이 "협상 이슈가 아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일본의 양자 협상은 타결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쇠고기와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주요 품목의 관세 철폐 및 감축에 대한 입장조율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미국은 베트남과도 섬유·의류 원산지 기준 등에 관한 이견을 좁혔다고 협상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 주도의 TPP에는 미국과 일본 이외에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총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 세계의 38.2%를 차지해 TPP 출범 시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경제통합체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FTA'가 된다.

(마우이<하와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