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공연을 마친후 공연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일본 관객들
난타공연을 마친후 공연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일본 관객들
일본인 관광객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2012년 352만명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228만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해 200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 관광산업의 최대 고객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각계에서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감소하는 이유와 그들이 다시 한국을 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본 동북부 중심지인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일본인들을 직접 만나 봤다.
한국요리교실에서 요리에 열중하고 있는 일본인들. 맨 왼쪽은 양계화 센다이 총영사
한국요리교실에서 요리에 열중하고 있는 일본인들. 맨 왼쪽은 양계화 센다이 총영사
지난달 16일 미야기현 센다이시 중심에 있는 엘파크 센다이백화점. 일본인 30여명이 모여서 미야기현 특산물을 활용해 불고기와 멍게비빔밥을 요리하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서울~센다이 노선 취항 25주년을 기념해 만든 자리였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대상으로 전개한 한국관광 캠페인의 하나로 열린 이날 요리교실에는 양계화 센다이 총영사를 비롯해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 현 지사 부인 등이 참석해 한국 음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이라는 무라이 씨는 “한국 음식이 색깔도 곱고 맛도 좋다”며 “직접 한국 음식을 만들 기회는 많지 않지만 김치나 김 같은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수시로 사다 먹는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도호쿠 지역에서 한국관광 캠페인을 벌이는 건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한국 방문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학생단체 방한 관광객이 많았던 곳인데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방한을 연기하거나 아예 수학여행을 일본 국내여행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는 침체된 방한관광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달 13~16일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와 히로사키시, 미야기현 센다이시 등에서 한·일 관광교류 행사를 열었다. 관광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아오모리에선 980명 정원인 행사장에 2000여명이 몰려 추첨을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히로사키에서 비언어퍼포먼스 ‘난타’를 공연할 때는 히로사키 시장이 공연 도중 눈물을 흘릴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센다이시에서 열린 ‘한국관광교류의 밤’도 마찬가지였다. 1000여명의 일본인이 행사를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행사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센다이 시민이 온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한류가 식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행사는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난타’ 공연에서 절정을 이뤘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시종일관 폭소와 박수가 이어졌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난타 공연자의 얼굴을 보게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준비해 온 수박을 주면서 격려했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같이 하나가 됐다.

난타 공연에 참가한 일본인 관객
난타 공연에 참가한 일본인 관객
행사에 참가한 후지이 미호 씨(29·모델)는 “역동적인 한국의 공연이 인상적이었다”며 “난타 풀 버전을 보러 한국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은 두 나라의 관계보다 한국이 관광하기 좋은 나라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관광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는 사가이 준코 씨(32·아나운서)는 “요즘 일본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홍대 어디에 무엇이 맛있고 쇼핑은 어디가 좋다는 식으로 찾아가는 관광을 한다”며 일본인들의 여행 트렌드를 일러주기도 했다.

강중석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일본 관광객이 방한 시장에서 1위를 중국에 넘겨줬지만 성숙된 시장인 데다 질적인 면도 우수하다”며 “거창한 관광상품보다 재미있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일본인들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센다이=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