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민 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신 민 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최대 이윤 추구’라는 기업경영의 목표 때문에 공유와 상생이 난제로 남을 것”이란 주변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개방형 플랫폼 생태계 구축으로 성공한 구글이나 아마존, 이베이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도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심엔 금융당국과 기업이 있다. 이 조합은 생각보다 빠르게 모범답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강력한 결합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권 공동 오픈 플랫폼 구축 계획은 상당히 흥미롭다.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들이 금융권 데이터를 제품개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 갈 일정과 내용이 담겨 있다. 은행과 증권사가 오픈 플랫폼에 핵심 기술 규격을 올리면 핀테크 기업이 이를 내려받아 신기술 개발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시중은행 17곳과 증권사 15곳이 참여한다. 금융권 공동으로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한다.

현재 영국과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핀테크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핀테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채택해 규제 완화와 자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영국보다 핀테크산업의 발전 속도가 느렸던 미국도 지난해부터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실리콘밸리와 뉴욕을 중심으로 핀테크가 활성화되고 있다. 금융 인프라가 낙후된 중국에서조차 핀테크 시대가 열리고 있다. 중국은 신용카드 시대를 건너뛰고, 핀테크 분야에서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핀테크 시장은 이제 막 태어나는 중이다. 그동안 핀테크 활성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핀테크 시장의 선점과 확장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국내 금융 및 통신업계는 물론이고 보안과 바이오기업까지 핀테크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건강한 핀테크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플랫폼을 제공하는 강력한 후원자 역할이 중요하다. 후원자는 핀테크의 핵심 요소인 지급 수단 관련 플랫폼을 제공하고 공유하면서 기업들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당국의 공동 오픈 플랫폼 구축 계획은 강력한 후원자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반가운 소식은 또 있다. 금융위 발표에 앞서 지난달 말 비씨카드가 모든 금융회사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국가표준(KS) 규격의 모바일 카드 발급 원천기술을 무상으로 공유한다고 밝힌 것이다.

비씨카드의 이번 조치로 기업들과 국가 차원의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해외 기업에 지급하는 로열티까지 절감하게 돼 국부 유출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모바일 카드 기반 기술을 제공해 스타트업들과 공존과 협력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을 창출, 산업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이제 핀테크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아이튠즈가 음악 시장을, 넷플릭스가 영화 시장을, 아마존이 출판 시장을 혁신한 것과 마찬가지로 핀테크는 금융 시장에 큰 파도를 일으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핀테크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건강한 핀테크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동시에 비씨카드와 같이 생태계 구축을 위한 후원자들이 많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

신민수 <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