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는 최근 3D 스캐너와 프린터를 이용해 맞춤형 구두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 주역인 ETRI 퇴직 연구원은 관련 기술로 창업에 나섰다. ETRI 제공
ETRI는 최근 3D 스캐너와 프린터를 이용해 맞춤형 구두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 주역인 ETRI 퇴직 연구원은 관련 기술로 창업에 나섰다. ETRI 제공
한국화학연구원은 올해 초 제철소 부산물, 질이 낮은 저가 원유 등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정 개발에 들어갔다. 이 연구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다른 정부 출연연구기관들도 참여했다. 출연연구기관 간의 벽을 허물고 소속이 다른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융합모델이다.

○한국형 프라운호퍼 모델 도입

융합연구단 8개 신규 선정…'한국형 프라운호퍼' 육성
정부가 최근 2016년 연구개발(R&D) 예산을 확정하며 중점을 둔 분야는 연구 시스템 혁신이다.

출연연 간 벽을 허문 융합 연구를 활성화화기 위해 관련 예산을 올해 480억원에서 내년 650억원으로 확대한다. 올초 새로운 화학공정, 싱크홀(지반 침하)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개의 융합연구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이달과 다음달 미래선도형, 실용화형 분야에서 각각 4개의 연구단을 추가 선정한다. 최호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부장은 “새로운 연구단은 출연연구기관의 역량을 모아 국가사회 현안 해결, 3년 내 실용화 성과가 가능한 사업 발굴 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의 과제를 수주한 실적에 따라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민간수탁 활성화 지원사업(예산 192억원)’도 신설한다.

내년 기초연구에는 올해보다 3.5% 늘어난 1조3226억원을 투자한다. 창의적, 도전적 연구를 늘리기 위해 연구자 맞춤형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소·중견기업 역할 확대

한국의 정부 R&D사업 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양한 연구를 했어도 사업화로 이어지는 성과가 부진했던 탓이다. 정부는 R&D 시스템에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내년부터 중소·중견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연구과제 선정 때 기업을 먼저 뽑고 나중에 공공연구소를 매칭하는 연구비를 내년 2781억원으로 늘린다.

창업 지원 예산도 확대한다. 전국 17곳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을 올해 455억원에서 내년 1076억원으로 136% 늘린다. 미국 과학재단(NSF)의 연구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I-Corps’를 벤치마킹한 사업도 신설하고 내년 40억원을 지원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