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장(앞줄 왼쪽)이 한국기계연구원 나노분야 연구원들과 극한물성시스템 시험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제공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장(앞줄 왼쪽)이 한국기계연구원 나노분야 연구원들과 극한물성시스템 시험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제공
영화 해리포터에 나온 ‘투명 망토’,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잠수함’, 젤을 바르지 않아도 되는 초음파 검사 장비,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을 없애주는 건설용 인공구조물…. 이학주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이 다루고 있는 연구 주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연구단을 지난해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단으로 선정해 9년간 매년 1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모든 에너지는 파동 형태를 띤다. 파동은 매질에 따라 성질이 바뀐다. 빛이 물을 만나 굴절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매질은 파동을 전달하는 물질이다. 연구단은 매질의 경계면에 인공 구조물을 넣어 파동이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 구조물을 어떤 물질로,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인공 구조물은 큰 웅덩이(지진파)에서 나노 단위의 입자 패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잠수함에 적용할 수 있는 음향 스텔스 기술은 적의 소나(음향 탐지기)에서 방출된 음파를 동체 표면에서 산란시키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는 고무와 비슷한 천연소재를 잠수함 겉면에 바르는 방식을 썼다. 연구단은 어떤 물질에 특정 패턴의 인공구조물을 붙이면 지금보다 산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스텔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전파를 산란시키기 위해 가격이 비싼 특수 페인트를 사용하지만 인공 구조물만 잘 설계하면 훨씬 저렴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단은 최근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아래층 천장과 위층 바닥 사이에 인공 구조물을 삽입해 소리의 파동을 가청 주파수 범위 밖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내부 시설에 대한 비파괴 검사 기술도 연구 대상이다.

연구단은 다른 연구단과 협업해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이 태양전지 자체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면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은 인공 구조물을 태양전지에 부착해 입사량을 최대한 늘리는 식이다.

이학주 단장은 “분야가 워낙 다양한 만큼 응용 범위와 신규 시장 창출 가능성을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민하고 있다”며 “스텔스 등 56가지 핵심 원천 기술 플랫폼을 선정하고 이를 적시에 상용화할 수 있도록 관련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