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손실 후폭풍…선주들이 수주계약 미룬 듯"
올 누적 수주량은 1위
3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조선사의 수주량은 69만6072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국 조선업계는 108만4746CGT를 수주했다. 수주 점유율은 중국 38.5%, 한국 24.7%, 일본 17.0%(47만9231CGT) 순이었다.
한국은 지난 1월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2월부터 5개월간 월 수주량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5월에는 세계 발주량의 61.4%를 가져오는 등 경쟁국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체 발주량의 42.4%를 차지했고, 중국의 두 배가량 수주했다.
중국에 밀린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 중국 조선업계가 공격적인 영업을 한 뒤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최근에는 안정적으로 1위를 유지해왔다. 세계 경기가 나빠지면서 중국과 일본의 주력 선종인 벌크선(철광석, 석탄, 곡물 등 원자재를 운반하는 선박)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든 반면 한국 조선사가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은 꾸준하게 발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개별 계약 현황을 봤을 때 지난달 한국 조선사들은 수주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현대중공업과 AP몰러 머스크가 계약한 컨테이너선 9척을 제외하면 수주 선박 수는 3척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과 머스크의 계약 건을 빼면 한국의 수주량은 14만9890CGT로 떨어진다. 중국 수주량의 15% 수준이며 일본에도 뒤처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고, 이를 2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선주들이 수주계약을 미뤘을 수 있다”며 “조선사 사정이 안정된 이후 발주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9일 각각 3조318억원,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해양플랜트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을 2분기에 반영한 결과다.
한편 올해 누적 수주량은 한국이 여전히 1위를 기록했다. 전체 발주량의 41.1%에 달하는 661만6516CGT를 수주했다. 중국은 22.6%인 364만6718CGT를, 일본은 19.6%인 315만7191CGT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수주잔량은 2008년 10월 이후 중국이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중국의 수주잔량은 4061만162CGT로, 세계 잔량의 37.3%를 차지했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3243만2818CGT로, 점유율은 29.8%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