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퇴직연금보다 월등히 높다는 보고서를 내놔 논란을 빚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지난해 신규 가입해 20년간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면 소득계층별로 연 6.9~11.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작년 12월 연 2.81%)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또한 낸 돈 대비 받는 돈의 비율인 수익비도 국민연금은 1.4~2.9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의 수지상등(收支相等) 원칙에 따라 수익비가 1을 넘을 수 없는 민간 연금보다 우월한 수익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수많은 매체에 ‘국민연금 수익률 짭짤’ ‘연금상품 중 최고’ 등으로 인용 보도됐다.

물론 국민연금의 장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교대상이 아닌 것을 비교한 명백한 오류다. 민간 연금상품은 시장(운용) 수익률에 따라 가입자가 받을 연금 수익률이 결정된다. 반면 국민연금 수익률이란 기금 운용을 잘하든 못 하든 관계없이 국가가 정해준 ‘제도상의 지급률’일 뿐이다. 수익률이란 용어부터 부적절하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갈수록 지급률이 낮아지는 중이다. 소위 연금개혁으로 제도가 바뀌면 떨어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국민연금은 이름만 연금이지 실상은 국가가 강제하는 세대간 부조다. 내가 낸 보험료가 내 계좌에 차곡차곡 쌓이고 노후에 운용수익을 더해 돌려받는 게 아니다. 내가 받을 연금은 자식세대가 내는 보험료로 충당될 뿐이다. 보험료도 갹출료나 연금세로 불러야 마땅하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퇴직연금, 개인연금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이를 무시한 채 수익률을 비교한 보고서를 낸 것은 유감이다.

국민의 관심은 지금 당장의 국민연금 수익률이 아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노후의 최대 걱정거리로 꼽은 게 2060년 국민연금 고갈이었다. 지금 20세 청년이 국민연금에 가입한다면 평생 보험료를 내고도 65세 이후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알량한 소득대체율 40%를 더 낮추든지 보험료를 계속 올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민간 연금상품과 비교하면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다고 자랑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