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료산업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의료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일찌감치 점찍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민의 편익 증진 차원이 아니라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국가적 목표와 로드맵 아래 과감한 규제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산업 정책이 몇몇 이해단체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한국과 비교되는 모습이란 지적이다.

예컨대 일본이 외국인 의사와 간호사의 진료를 허용한 것은 의료관광산업 육성이란 전략 아래 이뤄진 것이다. 작은 병원만 있는 농어촌 온천지역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진료를 받는 게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외국인 의사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진료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병원의 병상 수 제한 규제를 완화한 배경에도 지역 병상수요에 대처한다는 측면보다는 첨단의료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병상을 추가로 배정한다는 목적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일명 ‘슈퍼 특구’로 불리는 첨단의료특구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의료분야 규제개혁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한국과 대비된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 외국인 의사 진료나 원격의료,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등이 모두 제한돼 있다. 외국인 의사가 국내에서 진료행위를 하려면 국내 의사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 의사-환자 간 진료는 무조건 대면진료만 된다. 의료활동이 지나치게 영리화돼 국민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 때문이다.

얼마 전 의료기관도 영리자(子)회사를 세워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긴 했다. 하지만 사회적 반발과 까다로운 자회사 설립 기준 때문에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들이 눈치를 보고 있어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이해집단의 반대나 사회적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은 의료산업 육성이 필요한 이유를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결국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약사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1만여개의 일반의약품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걸 성공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실장은 “한국은 영리화라는 단어에 얽매여 본질을 벗어난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학자나 관료들이 소신있게 주장을 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료 산업화의 비전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주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한 뒤 의료 규제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