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일 오전 11시50분 VIP 통로를 통해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112번 탑승구 근처 라운지에 나타났다. 김포행 대한항공 KE2708편이 출발하기 30분 전이었다.

탑승구에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몰려오자 다소 놀란 듯했지만 이내 웃음을 띠며 여유를 찾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 때에 비해 다소 까칠해 보였다.

쥐색 양복 상의에는 롯데(LOTTE) 마크가 선명한 뱃지를 달고 있었다.

“오늘 아버님을 만날 예정이냐” “주총은 언제 하느냐” 등의 질문에 “여기서는 좀…. 서울에 가서…”라며 말을 아꼈다.

신 회장은 낮 12시20분 탑승 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온 뒤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로 보이는 인물이 그를 수행했다. 신 회장이 탑승하자마자 비행기 문이 닫혔다. 1등석 창가 좌석에 앉아 상의를 벗자 흰색 와이셔츠에 감색 넥타이가 드러났다. 그는 승무원들의 인사를 받은 뒤 “신문 보시겠느냐”는 질문에 3일자 한국경제신문 등 국내 일간지 다섯 부를 꺼내 들었다. 신 회장은 금테 안경을 끼고 신문을 묵묵히 읽어 내려갔다. 신문을 읽던 중 이따금 창밖을 보며 상념에 잠기는 모습이 보였다.

동승한 기자들이 기내에서 또다시 “간단히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며 말을 건네자 시선을 돌리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점심식사로 제공된 비빔밥은 긴장한 듯 반만 먹고 남겼다. 식사를 끝낸 뒤 또다시 신문을 꺼내 들었다. 때론 신문 한 면에 한동안 시선이 머물러 신문을 읽기보단 생각에 잠긴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롯데 관계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종이에 써서 건넸지만, 굳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신문을 다 읽고 난 뒤 잠시 눈을 붙이는 듯했으나 곧 가방에서 ‘일정표’라고 적힌 자료와 입국장에서 언론에 밝힐 입장문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를 꺼내 읽었다. 오후 2시께 비행기가 착륙 준비에 들어가자 거듭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 회장은 “아이고…. 안돼요”라고 거듭 답을 피했다.

그는 입국장으로 들어서면서도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일정 등을 묻는 특파원들의 질문에 “밖에서 많은 기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거기서 이야기하겠다”고만 했다. 사업 일정에 관련된 질문에는 웃음을 보이기도 했으나 “아버지로부터 맞은 것이 사실이냐”는 등의 질문에는 굳은 표정을 보였다.

도쿄·김포=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