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주 단체만 10여 곳 활동
섬세한 연주로 마음 어루만져
오페라부터 페스티벌까지 고음악 봇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은 지난 5월부터 올림푸스 고음악 콘서트 시리즈인 ‘앤티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 국내 고음악단체 중 하나인 ‘바흐 솔리스텐 서울’의 박승희 음악감독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첫 프로그램으로 올 5월 헨델 작품으로 꾸민 ‘피오리 무지칼리2’를 무대에 올린 데 이어 6월엔 김규리 리코더 독주회를 열었다.
오는 31일에는 박 감독이 테너로 나서 초기 피아노인 포르테 피아노 연주자 우지안과 함께 베토벤의 가곡을 선보인다.
고음악단체인 ‘알테무지크 서울’은 13일 대구 지산동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바흐와 헨델, 바로크시대를 듣다’를 주제로 카운터테너 조요한과 함께 바로크 음악을 연주한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파헬벨의 캐논 등을 비올라 다 감바와 쳄발로, 바로크 바이올린의 선율로 들려준다. 25일에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루이지 보케리니의 작품 등을 들려주는 정기연주회 ‘스패니시 바로크’를 연다.
오는 11월에는 ‘서울국제바흐페스티벌’이 열린다.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2005년부터 격년으로 여는 국제 고음악페스티벌이다. 프랑스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의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회, 데이비드 심슨과 노엘 스피트 바로크 듀오 연주회, 독일 뮌헨 출신의 바로크 실내악단 ‘리리아르테 앙상블’과 고음악 오케스트라 ‘바흐 콜레기움 서울’의 협연 등이 예정돼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가 국내에서 처음 막을 올렸고, 6월에는 베토벤과 하이든 등 18세기 고전 음악을 연주하는 네덜란드 ‘18세기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자연 닮은 순수한 소리가 매력”
국내에 고음악 바람이 불면서 고음악 연주단체도 많이 생겼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주단만 해도 ‘카메라타 안티콰’ ‘바흐 콜레기움 서울’ ‘알테무지크 서울’ ‘바흐 솔리스텐 서울’ 등 10여개에 달한다.
2005년 창단한 카메라타 안티콰를 이끄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영 씨는 “뭐가 갖춰져서가 아니라 황무지를 개척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을 만큼 10년 전만 해도 고음악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고음악 연주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다. 고악기 전공자가 많아지면서 원전을 연주할 여건이 갖춰졌다. 모차르트 베토벤 등 익숙한 클래식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참신한 곡목과 연주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김씨는 “고음악 콘서트가 눈에 띄게 흥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음악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크게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더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해 음악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올 들어 더 거세지고 있는 ‘고음악 바람’의 근본적인 요인으로는 음악 자체의 매력이 꼽힌다. 정경영 한양대 작곡과 교수는 “작은 공간에서 연주하던 고악기의 음색은 자연을 닮은 순수한 소리”라며 “연주도 테크닉에 치중하지 않고 담백하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고 평가했다.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에 알맞다는 설명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