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환 작가의 ‘사각지대 찾아가기’
오인환 작가의 ‘사각지대 찾아가기’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 네 명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로 선정된 김기라(41) 나현(45) 오인환(50) 하태범(41) 작가 등 네 명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5’다.

올해로 4회째인 올해의 작가상 전시회는 전시 기간에 수상자 한 명을 선정하는 일종의 경쟁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95년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를 매년 한 명 선정했다. 2012년부터는 후보 네 명을 뽑아 전시를 열고, 심사위원단의 최종 심사를 거쳐 시상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오는 10월6일 발표한다.

4일 서울관에서 개막한 전시는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작가들이 집중하는 주제와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서울관 3, 4전시실을 네 칸으로 나눠 각 작가의 최근작과 신작을 배치했다.

이데올로기와 욕망이라는 주제를 영상으로 다루는 김기라 작가는 세대·정치·지역·노사·갈등 등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대립 구도를 담은 ‘이념의 무게’ 연작 등 영상 11점을 출품했다. 시인과 무용가 등 다른 분야 예술가와의 퍼포먼스 협업으로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나 잘 드러나지 않은 개인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나현 작가는 전시장에 서울 난지도를 재현했다. 설치작품 ‘바벨탑 프로젝트-난지도’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은 인간이 하늘에 닿기 위해 쌓던 탑이다. 인간의 교만함에 노한 신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게 해 공사를 중단시켰다. 작가는 여러 귀화식물이 사는 95m 높이의 쓰레기 매립지 난지도를 ‘현대의 바벨탑’이라고 가정했다.

인종과 성(性) 정체성, 계급 등 기존의 관습적 기준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오인환 작가는 전시장에 ‘사각지대 찾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사각지대는 폐쇄회로TV(CCTV) 화면에 잡히지 않는 공간을 뜻한다. 작가는 이 개념을 사회·문화적으로 확장했다.

하태범 작가는 미디어 보도와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재해석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언론이 전쟁·테러·범죄현장 등을 보도할 때 이용한 사진을 흰색 플라스틱과 종이로 만든 오브제로 재현했다. 11월1일까지. (02)3701-950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