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배경으로 하지만 프랑스 오페라다. 원작도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프랑스 소설이다. 따라서 프랑스 관점의 스페인이다.

그런데 이 오페라의 인기에 힘입어 집시 여인과 투우사가 정열적인 스페인 남녀를 상징하는 것처럼 됐다. 2막에서 세비야 성벽 근처 주막에서 펼쳐지는 집시 카르멘과 동료들의 노래와 춤, 그곳에 나타난 투우사 에스카미요의 노래야말로 가장 스페인적 정취를 담은 장면으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상당한 왜곡이다. 스페인 여인 중에 집시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투우사도 선택된 몇몇 남자의 직업일 뿐이니 말이다.

스페인을 ‘집시와 투우의 나라’로 생각하는 시각이 스페인에 전체적으로 득(得)일지 실(失)일지 궁금하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