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으로 들어온 '보통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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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참여 예능 봇물…일상 이야기 시청자 공감
SBS '힐링캠프-500인' 방청객 500명 MC 역할
KBS '안녕하세요' 등 인터넷 단골 인기 검색어
tvN '가이드'·올리브 '쿡방'…케이블도 "대중에 더 가까이"
SBS '힐링캠프-500인' 방청객 500명 MC 역할
KBS '안녕하세요' 등 인터넷 단골 인기 검색어
tvN '가이드'·올리브 '쿡방'…케이블도 "대중에 더 가까이"
![TV 속으로 들어온 '보통사람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508/01.10340978.1.jpg)
지난달 27일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500인’. 토크쇼 초대석에 앉은 영화배우 황정민이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되지 않겠다”고 하자 한 진행자가 진지하게 ‘딴지’를 걸었다. 통상적인 연예인 인터뷰라면 그냥 넘어갔을 테지만 이날은 달랐다. 일반 방청객이 진행자 역할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이 진행자는 황정민에게 “당신은 이미 대단히 성공한 배우”라며 그의 옆에 앉은 배우 지망생 친구의 어려운 현실 이야기를 들려줬다.
TV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다. 프로그램 전면에 일반인이 등장해 자신의 사연이나 비법을 공개한다. 지금까지는 박수와 환호를 맡았던 방청객이 프로그램 진행에 직접 참여하는 식이다.
일반인 참여형 예능 프로그램의 특징은 대중이 공감할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 KBS의 ‘안녕하세요’와 SBS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빈도가 특히 높다.
둘 다 일반인이 자신의 고민과 사연을 보내고 방송 패널로부터 조언을 얻는 형식이다. 부모가 남매 중 아들만 편애해서 속이 상한 딸, 동아리활동에 빠져 학교를 그만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남편의 지나친 야식 습관이 걱정되는 아내 등 보통사람들이 겪는 고민이 나온다. 이에 공감한 시청자가 서로 ‘우리 집도 그렇다’ ‘내 친구는 갈등을 이렇게 해결했다’며 인터넷에 의견을 올려 프로그램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방송사들은 일반인 참여형 프로그램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방영 4년차를 맞은 ‘힐링캠프’는 지난달 27일부터 일반인 500명을 공동 진행자로 내세웠다. 이들은 촬영 중 질문이 생각날 때마다 즉각 이야기를 꺼낸다. 민감한 질문이나 비판도 망설이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곽승영 PD는 “연예인 진행자는 그들끼리 ‘이쯤 물어보면 되겠다’ 싶은 선을 암묵적으로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시청자가 정말로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확실히 짚어보기 위해 일반인 진행자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케이블채널 tvN에서 지난달 23일부터 방송한 ‘가이드’는 40~60대 여성 8명의 유럽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여행 멤버는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부터 국내여행 가이드 경력 18년차인 사람까지 가지각색이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권오중과 박정철,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은 방송인이 아니라 동행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가방 속에 둔 여권을 찾느라 벌어진 소동 등 소소한 이야기가 편안한 웃음을 준다.
김수현 PD는 “보통사람들이 여행을 다닐 때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대중에게 재미와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요리전문 케이블채널인 올리브는 ‘쿡방’(요리 방송)에 시청자를 초대했다. 지난달 16일 시작한 ‘주문을 걸어’는 시청자의 사연을 받아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과정을 담았다. 오는 13일부터는 새 프로그램 ‘비법’을 방송한다. 유명 셰프나 연예인이 아니라도 자신만의 요리법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능프로그램의 이 같은 변화는 연예인의 화려한 삶과 신변잡기보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시청자의 취향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인 미디어 등장을 비롯한 미디어의 변화가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며 “누구나 영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시청자들이 일방적으로 선망하기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