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공개적 자기비판은 조직 발전 위한 필수 행위
국내 한 정당이 ‘셀프디스(self dis)’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 대표와 거물급 정치인 두 명은 이미 셀프디스를 실천했다. 같은 당 소속의 다른 정치인도 차례로 캠페인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dis)는 존경(respect)의 반대인 무례(disrespect)의 줄임말로 상대방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공격해 망신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셀프디스는 ‘공개적인 자기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자기비판은 정치인과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정치인은 자신이 특출하다고 떠들어야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고, 원하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프디스를 하는 정치인들은 이런 상식을 뒤엎고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토로한다. 신선한 발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고육지책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어떤 평가든 셀프디스는 정치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왜 이런 캠페인을 벌일까. 정당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 패배하면서 스스로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마음을 얻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정당이 밝힌 캠페인의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조직이 원하는 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책임자가 나서서 자신의 잘못을 찾아 반성하는 모습은 우리 기업도 배울 만하다.

기업에도 공개적인 자기비판의 도구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조직유효성조사(OES·organizational effectiveness survey)다. OES는 제도의 운용과 개선을 목적으로 전 직원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설문조사 방법을 말한다.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조직이 운영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중점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와 조직 리더들의 역할 수행 능력이다. 좋은 제도가 있어도 최고경영자와 리더가 적절한 태도와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조직 유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OES의 핵심은 최고경영자와 리더의 역할을 조사하고, 결과를 모든 직원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공개는 직원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듣고 있다는 경청의 자세이자 문제점 개선을 향한 리더의 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업의 공개적인 셀프디스다.

리더는 공개적인 자기비판을 통해 발전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바라는 조직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유효성 향상을 위해 핵심인 리더의 역할은 직원들의 인식으로 규정된다. 직원들의 인식을 수용하고 변화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실질적인 실행은 조직 구성원에게 동기 부여를 하게 되고, 이는 조직 유효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조직은 최고경영자와 리더만으로 움직일 수 없다. 리더가 주된 결정을 한다 해도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평범한 직원들이다. 조직은 직원들의 충실한 행동으로 움직인다. 직원들의 실행력의 크기는 조직 내 존재감의 크기에 비례한다. 직원들의 존재감은 리더가 직원의 비판을 수용하고, 공개하며, 실행할 때 커진다. 리더의 적절한 행동이 직원들 동기 부여의 가장 근본적인 동인이 된다는 의미다. 리더의 자기비판이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이유다.

우리 역사상 위대한 리더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의 얘기는 현실의 기업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성이 나를 비판한 내용이 옳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이니 처벌할 수 없는 것이오. 설령 오해와 그릇된 마음으로 나를 비판했다고 해도 그런 마음을 아예 품지 않도록 만들지 못한 내 책임이 있는 것이니 어찌 백성을 탓할 것인가. 남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위엄과 무력으로 엄하게 다스리는 사람은 항상 사람들의 노여움을 산다.”

박기찬 < 세계경영연구원(IGM )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