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 뻔한 신기술 살려낸 삼성·SK 기술자의 특별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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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손잡은 크레모텍 '레이저 빔' 해외서 대박낸 사연
김성수 크레모텍 대표
삼성전자 재직 시절 SKT 유재황 부장과 인연
8년전 빛 못 본 '초소형 빔' SKT 벤처 지원으로 재기
미국·중국에서 4만대 팔리며 인기
김성수 크레모텍 대표
삼성전자 재직 시절 SKT 유재황 부장과 인연
8년전 빛 못 본 '초소형 빔' SKT 벤처 지원으로 재기
미국·중국에서 4만대 팔리며 인기
SK텔레콤과 벤처기업 크레모텍이 지난 5월 출시한 레이저 빔 프로젝터 ‘UO 스마트 빔 레이저’는 최근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4만대 이상 팔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10만대 이상은 거뜬히 팔릴 전망이다. 수출 가격도 399달러 내외로 경쟁 제품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성능이 좋아 국내외 소비자로부터 호평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월 1만대 생산할 수 있는 크레모텍 수원공장은 밀려드는 주문을 대기에 버겁기만 하다.
○사장될 뻔한 10대 신기술
김성수 크레모텍 대표(51)는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다. 1990년대 중반 당시 이기태 이사(전 부회장), 신종균 부장(현 IM부문 사장) 밑에서 일했다. 1999년 3세대(3G) 이동통신 규격인 ‘IMT 2000’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의 최대 후원자인 유재황 SK텔레콤 종합기술원 부장(54)과 첫 인연을 맺은 게 그때쯤이었다. 유 부장은 삼성전자와 함께 휴대폰 단말기를 통신망에 최적화하는 작업을 맡았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김 대표는 2000년대 초 사표를 냈다. 창업하기 위해서였다. 조그만 휴대폰 화면을 크게 키워주는 빔 프로젝터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광원으로는 레이저에 주목했다. 오랜 기간 전파와 무선 통신을 다뤄온 김 대표에게 단일 파장의 빛을 증폭시켜 만드는 레이저 기술이 낯설지 않았다. 벤처기업 등을 거쳐 일진디스플레이에 안착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초소형 빔 프로젝터 개발을 추진했다. 마침 SK텔레콤 측 담당자는 유 부장. 두 사람은 운명처럼 재회했다.
김 대표와 유 부장 주도로 양사는 2007년 레이저 기반의 ‘나노 프로젝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제품은 그해 연말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기술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대통령상을 받은 국내 조선 3사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과 함께 ‘10대 신기술’에도 선정됐다. 관련 특허 9건을 등록했다. HD급 해상도를 구현하면서도, 레이저가 거친 면을 반사할 때 나타나는 작은 반점인 ‘스페클’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다. 빔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레이저 광선이 눈에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안전성도 확보했다.
○SK ‘브라보 리스타트’로 결실
제품은 탁월한데 시장성이 부족한 탓에 프로젝트는 사업화에 실패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중국으로 건너가 재기를 노렸으나 역시 실패했다. 국내로 돌아온 그는 2011년 크레모텍을 창업했다. 자금·인력·경영 노하우가 부족해 시름이 깊어가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SK텔레콤이 2013년 청장년 벤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브라보 리스타트’ 사업을 시작한 것. 김 대표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유 부장이 김 대표에게 재빨리 연락을 취했다.
2년여의 창업 인큐베이팅, 기술 개선 등을 통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 11건의 특허도 추가 확보했다. 2007년 제품에 비해서도 선명도 및 밝기가 5배 이상 개선됐다. 크기와 무게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김 대표는 “유 부장 덕분에 오랜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SK텔레콤과 함께 레이저를 활용한 홀로그램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장은 “8년 전 사장될 뻔한 기술이 늦었지만 빛을 볼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며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 스토리를 쓴 김 대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사장될 뻔한 10대 신기술
김성수 크레모텍 대표(51)는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다. 1990년대 중반 당시 이기태 이사(전 부회장), 신종균 부장(현 IM부문 사장) 밑에서 일했다. 1999년 3세대(3G) 이동통신 규격인 ‘IMT 2000’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의 최대 후원자인 유재황 SK텔레콤 종합기술원 부장(54)과 첫 인연을 맺은 게 그때쯤이었다. 유 부장은 삼성전자와 함께 휴대폰 단말기를 통신망에 최적화하는 작업을 맡았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김 대표는 2000년대 초 사표를 냈다. 창업하기 위해서였다. 조그만 휴대폰 화면을 크게 키워주는 빔 프로젝터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광원으로는 레이저에 주목했다. 오랜 기간 전파와 무선 통신을 다뤄온 김 대표에게 단일 파장의 빛을 증폭시켜 만드는 레이저 기술이 낯설지 않았다. 벤처기업 등을 거쳐 일진디스플레이에 안착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초소형 빔 프로젝터 개발을 추진했다. 마침 SK텔레콤 측 담당자는 유 부장. 두 사람은 운명처럼 재회했다.
김 대표와 유 부장 주도로 양사는 2007년 레이저 기반의 ‘나노 프로젝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제품은 그해 연말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기술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대통령상을 받은 국내 조선 3사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과 함께 ‘10대 신기술’에도 선정됐다. 관련 특허 9건을 등록했다. HD급 해상도를 구현하면서도, 레이저가 거친 면을 반사할 때 나타나는 작은 반점인 ‘스페클’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다. 빔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레이저 광선이 눈에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안전성도 확보했다.
○SK ‘브라보 리스타트’로 결실
제품은 탁월한데 시장성이 부족한 탓에 프로젝트는 사업화에 실패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중국으로 건너가 재기를 노렸으나 역시 실패했다. 국내로 돌아온 그는 2011년 크레모텍을 창업했다. 자금·인력·경영 노하우가 부족해 시름이 깊어가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SK텔레콤이 2013년 청장년 벤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브라보 리스타트’ 사업을 시작한 것. 김 대표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유 부장이 김 대표에게 재빨리 연락을 취했다.
2년여의 창업 인큐베이팅, 기술 개선 등을 통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 11건의 특허도 추가 확보했다. 2007년 제품에 비해서도 선명도 및 밝기가 5배 이상 개선됐다. 크기와 무게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김 대표는 “유 부장 덕분에 오랜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SK텔레콤과 함께 레이저를 활용한 홀로그램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장은 “8년 전 사장될 뻔한 기술이 늦었지만 빛을 볼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며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 스토리를 쓴 김 대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