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악극으로 돌아온 '불효자'…현대적으로 바꿨지만 감동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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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주연 이덕화
“늘 악극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실천에 옮기기 어려웠어요. 연습도 많이 해야 하고, 초연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부담도 됐습니다. 그래도 1998년, 가장 힘든 시기에 저를 다시 무대에 올려준 작품인 만큼 내로라 하는 배우들과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배우 이덕화(63·사진)가 오는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의 주인공 진호 역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 2002년 악극 ‘모정의 세월’ 이후 13년 만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1998년 세종문화회관 초연 때와 같은 ‘불효자’다. 출세를 위해 평생 아들만 바라보고 살던 어머니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아들이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3500석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악극 붐을 일으켰다.
6일 서울 청진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아들이 서른 살인데 내가 대학에 입학하는 장면을 연기하게 됐다”며 “TV나 영화라면 못할 텐데 연극이어서 가능한 것 같다”며 웃었다. “대학생 역할을 할 때는 일단 가발이 달라집니다. 짧은 머리 가발을 쓰죠. 그런데 목소리는 속일 수 없어서…. 이 대목이 관객을 많이 웃길 것 같아요.”
1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의 삶에도 많은 것이 변했다. “초연 때는 제가 40대였어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이 작품을 했는데, 지금은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습니다. 이 작품을 하려니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아파 연습 때마다 울음바다가 됩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연기 조절을 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예요.”
이번 공연에는 초연 때도 함께했던 박준규도 나온다. 국악인 오정해와 배우 김영옥도 각각 옛 애인과 어머니로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이홍렬은 변사로 가세했다. 이덕화는 “초연 때는 나문희 선생님이 어머니 역할을 맡아 건강하고 힘 있는 엄마였는데 김영옥 선생님은 보기만 해도 슬픈 엄마여서 ‘어머니의 표본’ 같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6·25전쟁을 거치고 1970년대를 치열하게 산 한 남성과 자식밖에 모르고 산 어머니의 비극적인 가족사다. “훌륭한 뮤지컬이나 더 진지한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 너무 간단한 줄거리와 시스템에 섭섭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적 정서를 나타내는 데 이만한 작품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식은 신파에다 악극이지만 연기나 연출은 모두 현대적으로 바꾸었어요. 그러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죠.”
이번 재공연을 기획한 정철 프로듀서는 “최근 20년간 우리 공연시장이 급성장했지만 거의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중심으로 바뀌고 마당놀이와 악극 등 한국 정서를 담은 공연은 없어진 것이 아쉬웠다”며 “우리의 공연과 콘텐츠가 다시 한번 자리 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까지, 4만~10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배우 이덕화(63·사진)가 오는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의 주인공 진호 역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 2002년 악극 ‘모정의 세월’ 이후 13년 만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1998년 세종문화회관 초연 때와 같은 ‘불효자’다. 출세를 위해 평생 아들만 바라보고 살던 어머니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아들이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3500석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악극 붐을 일으켰다.
6일 서울 청진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아들이 서른 살인데 내가 대학에 입학하는 장면을 연기하게 됐다”며 “TV나 영화라면 못할 텐데 연극이어서 가능한 것 같다”며 웃었다. “대학생 역할을 할 때는 일단 가발이 달라집니다. 짧은 머리 가발을 쓰죠. 그런데 목소리는 속일 수 없어서…. 이 대목이 관객을 많이 웃길 것 같아요.”
1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의 삶에도 많은 것이 변했다. “초연 때는 제가 40대였어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이 작품을 했는데, 지금은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습니다. 이 작품을 하려니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아파 연습 때마다 울음바다가 됩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연기 조절을 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예요.”
이번 공연에는 초연 때도 함께했던 박준규도 나온다. 국악인 오정해와 배우 김영옥도 각각 옛 애인과 어머니로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이홍렬은 변사로 가세했다. 이덕화는 “초연 때는 나문희 선생님이 어머니 역할을 맡아 건강하고 힘 있는 엄마였는데 김영옥 선생님은 보기만 해도 슬픈 엄마여서 ‘어머니의 표본’ 같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6·25전쟁을 거치고 1970년대를 치열하게 산 한 남성과 자식밖에 모르고 산 어머니의 비극적인 가족사다. “훌륭한 뮤지컬이나 더 진지한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 너무 간단한 줄거리와 시스템에 섭섭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적 정서를 나타내는 데 이만한 작품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식은 신파에다 악극이지만 연기나 연출은 모두 현대적으로 바꾸었어요. 그러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죠.”
이번 재공연을 기획한 정철 프로듀서는 “최근 20년간 우리 공연시장이 급성장했지만 거의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중심으로 바뀌고 마당놀이와 악극 등 한국 정서를 담은 공연은 없어진 것이 아쉬웠다”며 “우리의 공연과 콘텐츠가 다시 한번 자리 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까지, 4만~10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