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對)국민담화 발표 형식으로 국민 앞에 섰다. 지난 1월의 신년기자회견에 이어 7개월 만이다. 그러나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은 연초 회견 때의 연설내용과 대부분 겹쳤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소위 4대 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었다. 특히 노동개혁에 대한 절박성이 한층 강조됐다. 청년실업 문제는 계속 한계수위를 넘나드는데 노사정위원회는 수개월을 겉돌다가 결국 합의모델을 찾는다며 국회로 넘어간 현실은 모두가 잘 아는 그대로다.

“노동개혁은 일자리”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과제는 노동개혁”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릴 때”…. 대통령의 언급에는 그런 개혁과제가 답보 상황인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그럼에도 공명(共鳴)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게 유감이다. 선택과 집중이 없다거나 나열식 설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노동과 금융의 경쟁력을 말하면서 굳이 WEF의 평가순위를 들먹이는 상투성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목적이 명확한 담화라면 쉬운 말이어야 하고 본질과 핵심을 찔러들어가는 직설화법이라야 한다.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말 속에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땀과 고통,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고의 고통, 채용의 즐거움이 같이 느껴지는 대통령의 언어였으면 좋을 뻔했다. ‘노와 사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에두르기보다는 “지금은 정규직 여러분이 먼저 양보해야 할 때”라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화법이나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4대 개혁에서 핵심은 대통령의 명확한 인식과 단호한 의지다. 특히 노동개혁 문제가 그렇다.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당위성과 절박성을 한껏 강조했지만 노동계는 당장 임금피크제 시행부터 부정적이다. 대화의 장에서 아예 벗어나 있다. 대통령에게 개혁을 일관성 있게 밀어붙일 용기가 필요한 국면이다. 그래야 공무원연금 개편안처럼 소위 ‘쥐꼬리 개혁’에서 벗어나게 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노동계와 야당과 맞설 준비가 돼 있나.